이슬 프로젝트 - 6
정숙자
굴절파(屈折波)// 그렇게 작아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니어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맑아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한 끗 조용해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그릇-되게 돌아가도 되는 거였다.
이미, 이 세상에 좋은 시는 너무나 많다. 지금은 (그는) 좋은 시에 매달릴 때
가 아니다. 작금에 이르러 좋은 시는 과거-현재는 물론 ‘글리제-581 항성계의
골디락스 존’을 너끈히 채우고도 남을 만큼 폭발/분포되었다. 잡지를 펼치면
어느 두께를 막론하고 현란한 머리들이 각을 겨룬다.
이제야말로 (그는) 새로울 것도, 꼬일 것도, 뒤집을 것도 없는 - 경쟁들이
던져버린 길을 찾아야겠다. 의미를 찾아 진정을 찾아 좁은 길 걸어야겠다.
나비가 날면 태양의, 빗발꽃 후두둑 튀어 오르면 번개의 전언을 들어야겠
다. <좋은 시>란 어떤 틀일까? 전인미답의 지평이란 어떤 틈일까?
전대미문의 화창
존재키나 하는 것일까?
(그는)
즉자/대자에게 묻는 것이다
*<시와경계> 2014-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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