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실재계에서, 잠깐

검지 정숙자 2014. 4. 7. 14:04

 

  

      실재계에서, 잠깐

 

      정숙자

                                                            

 

   개라 부를 순 없다

   꽃이라 매길 수도 없지

   돌이라 할까

   뭇 상징을 뒤져보지만 탐탁지 않다

 

   에라, 오른팔이라 짚어버리자

   좀 구식이지만 별안간 왼팔이 따뜻해지네

   너무 세련되어 차가운 것보다는

   그래! 날카롭기보다는

 

   배설하지 않는다

   씻지 않는다

   예방접종 전염병 등 일체 모른다

   어떤 경우에도 ‘컹컹’ 흥분하지 않는다

   케이지, 불필

   목줄 없어도 달아나지 않는다

   영양독립! 먹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그는 개보다 꽃보다 돌보다 먼저 죽지 않는다

 

   높-이-곰-돋-으-샤 흰 팔이지만

 

   또 한 생을, 또 다른 삶을, 남은 기억을

   그와 함께 처얼썩 훌쩍 처르르

 

 

    * 웹진『시인광장』2014-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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