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 -1
정숙자
섭씨// 영하를 깎다가 혹은 당근 썰다가 칼날이 손가락 슬쩍 맛보았
을 때, 핏빛이 이슬빛이었으면 좋겠다. 붉음이 바로 당황과 아픔의 근
원인지 모른다. 어떤 이가 속으로 울 때, 그 눈물은 눈물일지라도 정녕
피눈물, 붉은-붉은-붉은 빛일까?
알 수 없다
지금도
어디선가 어떤 이가 강도 높은 용수철 누르고 있는지. 어둠을 적막을
억누르고 있을는지 모를 일이다. 그 끓는점 터져 나오지 못하게끔, 솟구
치지 못하게끔, 그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게끔 얼마나 애써 누르고-누르
고-누르고 미소를 쌓고 있는지!
다행이다
그나마
손등에 떨어지는 눈물이나마 붉지 않은 게 구원이야. 이슬은 눈물의
편. 밤에 열었어도 검지 않고 비뚤지 않고 무겁지 않지. 너구리 두엇 날
고뛰어도 때까치 하늘 떠들썩해도 핏빛은커녕 잿빛은커녕 푸른-푸른-푸
른 이슬은 영상의 햇빛의 편.
* <포엠포엠> 2014-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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