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 ․ 0
정숙자
티저광고// 왜 꼭 거기였을까. 논밭이 많아 풀밭도 쇠고, 풀밭이 많아
곤충도 튀고, 곤충이 많아 새소리도 담뿍 키가 컸던 곳.
들판 가로지르는 냇물과, 냇물 속 물고기 살찌우는 구름과, 구름 속
유유히 뚫고 흐르던 제트기도 반달도 깔깔깔 반짝이던 곳.
그곳은 사람보다 개구리가 더 부자였는데, 쥐들이 먹고 남는 거라야
사람이 먹는 거라고 곡간 단속도 철통보다는 헐렁했는데,
왜 꼭 거기였을까. 우주에는 더 큰 성단도 쌨고, 지구만 하더라도 유
럽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도시 바다 산골 모두 놔두고,
‘태어났다’는 말밑에는 예외 없이 ‘어디’가 따라붙는 법. 깡마른 종아
리로 맨 처음 바라봤던 건 배시시 눈뜬 초저녁별이었지만,
그보다는 좀 더 그럴싸한 까닭이 있지 않을까. 아무도 돌보지 아니했
던 것. 언젠가 발굴해야만 되는, 그게 거기 있지 않을까.
* <포엠포엠> 2014-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