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허스트의 해골*
정숙자
백금으로 두개골의 본을 뜨고 1,106.18캐럿의 다이아몬
드 8,601개를 박았다. 이 해골은 탄소동위원소 측정 결과 1720-
1810년경, 30대 중반의 유럽 남성으로 밝혀졌다. “죽음의 상징인
두개골을, 사치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로 덮어 버림으로써 욕
망 덩어리인 인간과 죽음의 상관관계를 조망하고 싶었다. 다
이아몬드를 박기 위해 두개골은 백금 틀을 썼지만, 치아만은
실제의 것을 꽂음으로써 해골 주인에 대한 정보를 보존하려
했다.”-데미안 허스트.
* 작품제목-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며칠 후 나는 다시 화랑에 들렀다. 타인의 두개골을 다이
아몬드로 덮어 버리기 이전, 자신의 두뇌를 다이아몬드로 채
운 작가를 우러르기 위함이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인 부모
밑에서 자랐음에도 “종교보다는 예술을 믿는다.”는 것이다.
해골 앞에서 나는 자신의 뒤통수에 손을 넣었다. 차가웠다.
빛났다. 단단했다. 됐다 싶을 때 갑자기 정수리에서 텅텅 소
리가 났다. 차렷-경례 그리고 적었다. ‘천재!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 영국, 1965-).’
-『시와사람』200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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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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