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위 외 1편
이관묵
바위 혼자 익는 저녁 옆에
바위로부터 슬며시
뺨을 얻어
등을 얻어
마음 개 놓고 고쳐 앉는다
바위의 일원으로
귀는 물소리에게 떼주고
눈은 구름에게 퍼주고
내가 바위로 익어
바위가 나로 익어
아무도 모르는 저녁이 왔다
-전문(p.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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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집
외양간의 누런 소가
자신을 내일 읍내장에 판다는 사립문의 몸 비트는 소릴 듣고
밤새 잠 안 자고 뒤척이는
그런 집을 나는 살았다
새벽녘 오줌 누러 나왔다가 소 얼굴 쓰다듬어 주고,
한참이나 목을 꼬오옥 안아주던
그런 집을 나는 살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중절모 쓴 소 장수 손에 끌려가던 소가
되돌아 허공에 큰 울음 띄우던
그런 집을 나는 살았다
그 뒤부터 매일
저녁해 만한 소 울음이 떠 있는
그런 집을 나는 살았다
-전문(p.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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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서향집』에서/ 2024. 10. 21. <서정시학> 펴냄
* 이관묵/ 1947년 충남 공주 출생,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수몰지구』 『변형의 바람』『저녁비를 만나거든』『가랑잎경』『시간의 사육』『동백에 투숙하다』『반지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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