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어머니, 그 호칭 외 1편/ 김상현

검지 정숙자 2024. 10. 29. 02:21

 

    어머니, 그 호칭 외 1편

 

     김상현

 

 

  어머니 돌아가시고

  어머니란 말에 슬픔이 머문 것은

 

  어머니라 부를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

 

  더 한 슬픔은 이제 아무도

  부를 이름이 없다는 것

 

  육십 넘은 응석받이가 실없이 부르던 그 호칭,

  신열이 날 때 절로 나오던 그 호칭

 

  어머니 돌아가시고

  어머니란 말을 잃는 건

 

  불러야 할 온 세상의 이름을 잃는 것.

     -전문(p.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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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에 관한 기계공학적 접근

 

  가능한 싱싱하고 말랑말랑한 것들을 연료로 쓴다. 입구에 있는 1차 파쇄기를 지나면 아래로 곧게 난 직선의 튜브를 통과해 2차 정밀분쇄기로 들어간다. 연료가 들어오면 분쇄기 내부에서 용해액이 분출되고 미세하게 분해된 묽은 액상의 물질은 곧장 완만한 곡선의 큰 튜브로 보내진다. 다시 곡선이 심한 길고 좁은 튜브를 따라 흘러내리면서 포도당을 뽑아 낸다. 생산 공정이 끝나면 고체와 액체가 분리된 상태로 밖으로 배출되는데 이것이 제품이 아니라 폐기물이라는 데 일반적인 개념을 뒤집는다. 놀랍게도 최종제품인 포도당은 기계 자신을 위해 사용될 뿐, 타 기계를 위해 사용되지는 않는다. 이런 이기적인 기계를 자주 정비하느라 공을 들이지만 간혹 시스템이 망가지거나 기억소자가 망가지는 경우는 아예 창고에 처박아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래된 기계일수록 고장 나는 빈도가 많아지다가 고칠 수 없게 되면 미련 없이 내다 버린다. 이제 싱싱하고 말랑말랑한 연료는 다른 기계를 위해 사용된다.

 

  질문, 당신은 어떻습니까? 감가상각하면 내구연한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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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강물사색』에서/ 2024. 10. 25. <시산맥사> 펴냄

 * 김상현199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바람의 등뼈』(2022) 등 13권, 에세이집『누가 예수를 괴롭히는가』, 묵상집『생수의 강에서 물 한 그릇』, 방송 칼럼집『하늘에 떠 있는 섬』『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베트남 전쟁 논픽션 장편『미완의 휴식』, 소설집『살루메가 있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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