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그대가 있기에 외 7편/ 김찬옥

검지 정숙자 2024. 10. 28. 02:43

 

    그대가 있기에 외 7편

 

    김찬옥

 

  당당한 그대의 벽에

  크레파스로 희로애락을 그렸기에

  나는 뒤늦게나마 시인이 될 수 있었고

  때로는 수렁에도 시를 모종할 수 있었고

  제 인생의 반은 푸르를 수 있었습니다

     -전문(p. 사진 22/ 시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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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대

 

  벽과 벽이 달리는 파도에 올라탔다

  숨어있는 경계가 파도보다 많이 부서졌다

  발밑에서 물살이 휘어질 때

  암벽 같은 딱딱한 부성도 부드러워졌다

     -전문(p. 사진642/ 시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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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꽃

 

  사람은 이웃에 비수를 꽂아도

  

  꽃은 그 비수를 딛고 넘어와

 

  따뜻하고 향기로운 손 내민다

     -전문(p. 사진 66/ 시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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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경지

 

  한결같이

  한마음 한뜻이다

 

  그 누구도

  모략을 꿈꾸지 않는

  그대들은 참으로 눈물겹다

     -전문(p. 사진 74/ 시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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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창공원에서

 

  어린시절 옆집 살던 단짝 친구

  비 오면 호미 들고 함께 꽃모종했다

  방에 세계문학전집이 가득했던 친구는 수녀가 되고

  책상 위에 슬픔이나 펼치던 나는 시인이 되었다

  반백 년 훌쩍 넘어 우린 기적이라며 웃을 수 있었다

      -전문(p. 사진90/ 시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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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보라 은보라

 

  바람에 등 떠밀려 먼 길 왔네

 

  네가 나인 듯, 내가 너인 듯

 

  바람의 힘으로 회귀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아홉 번 부서져도 열 번을 일어서게 하는

 

  너는 은보라, 나는 물보라

      -전문(p. 사진 138/ 시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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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눈

 

  홀로 남아계신 어머니 빈 가슴에

  마른 풀들만 아우성친다

  길 저만치 흙먼지 일어

  자식들인가 싶어 눈 여는데

  바람만이 때도 없이 구멍 난 관절에 드나든다

      -전문(p. 사진146/ 시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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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강

 

  고향집에 혼자 남은

  어머니의 눈은 늘 수평선에 걸려있었다

 

  거친 파도에 깎여 뼈만 앙상하게 남은 적벽처럼

  켜켜이 살집을 내어 준 자리에 갖가기 무늬를 새기고

  오늘도 굽이쳐 오는 물살을 맨발로 마중 나오셨다    

      -전문(p. 사진198/ 시 199)

 

  * 블로그 : 사진을 못 올려 미안합니다. 詩와 잘 어울리는 사진은 책에서 감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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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 시집 『물보라 은보라』에서/ 2024. 10. 25. <시산맥사> 펴냄

 * 김찬옥전북 부안 출생, 1996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가끔은 몸살을 앓고 싶다』 『물의 지붕』 『벚꽃 고양이』 『웃음을 굽는 빵집』, 수필집 『사랑이라면 그만큼의 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