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욕無慾
강물사색 1
김상현
강물에 비친
꽃
내 것 아니고
강물에 넘어진
산
내 것 아니고
오직
내 것은
살 비비며 같이 흘러가는
그대뿐.
-전문-
해설> 한 문장: 존재는 시간과 공간적으로 그 실존이 전개되며 생성된다. 이때 "존재의 요인은 흘러가 버리는 것이며 열린 사건"(미하일 바흐친 1895-1975, 80세, 러시아 사상가)이다. '나'가 강물에 잠길 때 '나'와 '강물'은 둘 다 변한다. '나'는 강물에 잠긴 '나'가 되고, 강물 역시 '나'가 잠긴 강물이 된다. 이 사건의 흐름에서 '나'가 강물에 잠기기 직전에 '나'와 '강물'의 변하지 않는 측면과 또 강물에 잠기는 순간에 변하는 측면이 서로 구별되지 않는 상태로 주어진다. 이러한 여건과 함께 차이의 생성이 실현되지만, 이미지 그 자체만으로는 생성에 참여할 수 없다. 시인의 체화된 생생한 의식 여건과 함께 살아 있는 미적 직관이라는 고유한 행동을 통해서만이 이미지가 의미의 생성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시 창작과정에서 시인의 의식은 초월적 지위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잠겨서 활동하는 신체와 함께한다. 시에서 의식은 시적 경험의 장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경험을 지각하고 이해하는 소임을 다한다. 주객 분리 이전에 매개 없는 경험의 장에서 외부의 자연과 신체의 연속성은 확보된다. 이때 경험의 대상은 생성하는 과정으로서 신체와 세계가 함께 형성하는 상황이다. 경험의 총체적 장에서 경험 주체는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에서 무기물까지 아우르는 주체적 형식으로 출현하여 표현 공동체를 이룬다. 김상현의 시에서 사색은 이러한 지각 경험이며 주객이 겹친 상호 표현적 현실의 차원을 이해하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p. 시 19/ 론 138) <권덕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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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강물사색』에서/ 2024. 10. 25. <시산맥사> 펴냄
* 김상현/ 199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바람의 등뼈』(2022) 등 13권, 에세이집『누가 예수를 괴롭히는가』, 묵상집 『생수의 강에서 물 한 그릇』, 방송 칼럼집『하늘에 떠 있는 섬』『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베트남 전쟁 논픽션 장편『미완의 휴식』, 소설집『살루메가 있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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