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사람들
유리 탈베(에스토니아, 1945~ )
이 공허한 회랑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케르베로스의 얼굴들이 돌아봅니다.
한 놈은 내 어린 시절의 불빛에 으르렁거리고,
다른 놈은 내 혈통의 슬픈 무덤을 파헤치고
또 한 놈 가장 혐오스런 건, 내 우정과 사랑의 발자취에 코를 갖다 댑니다.
고통 속에 그저 막막할 뿐입니다.
지옥이 여기서 시작합니다
저주받은 자들은 무죄이니 의심하는 자들은
신성한 명령을 외면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타는 육신으로 종잇장을 찢을 권리가 있었으니
믿는 이들은 순수하였으니,
고통스런 자들은 재가 되어 날아올라
영원의 바다를 날아갑니다.
이 지옥, 이 회랑에서 고통받는 이들은 모두 무죄입니다.
-전문(p. 56-57)
* 블로그註: 외국어 대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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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징학연구소』 2024-가을(15)호 <지구촌 시단Ⅰ/ 해외 시인 초대> 에서
* 유리 탈베(Juri Talvet)/ 1945년 에스토니아 파르누 출생, 1972년 타르투대학 졸업, 1981년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브르크)대학 박사학위 취득, 1992~2020년 타르투 대학에서 세계/비교문학 프로그램 이끌었으며, 스페인학 창설, 20권 이상의 시집과 에세이집 출간, 현) 타르투대 명예교수
* 공동번역/ 유리 탈베 & 하비 힉스 (Juri Talvet & H. L. Hix(시인 · 철학자 · 와이오밍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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