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달빛감옥/ 백연숙

검지 정숙자 2024. 8. 9. 02:46

 

    달빛감옥

 

    백연숙

 

 

  언제 들어왔는지

  차고 푸른 달이 거실까지

  창살 자국을 찍어 놓았다

 

  달은 언제나 젖은 발이었다

 

  물 마시려고 나오자

  뒷걸음질 치는 발자국들

 

  가느다란 발목을 어루만져 본다

 

  어두울수록 달의 발자국 움푹 파이고

  바닥의 물기 마를 새 없는지

  달빛은 고양이 자세로 한 발짝 두 발짝 우아한데

 

  환하게 불 켜진 거실에서

  물 마시다 말고 스위치를 내린다

  저편 어둠 속에서 보이는,

 

  베란다 창살 감옥에 묶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거실 창문에 맺히는 여자

    -전문 (시집『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 2024. 파란) 

   * <이달의 시 현장 점검> 中 (p. 266-267)

    -  좌담: 오은경 · 정재훈(사회) · 전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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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4-5월(413)호 <이달의 시 현장 점검/ 좌담> 중에서 

  * 백연숙/ 시인,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 오은경/ 시인, 2017년 『현대문학』로 등단  

  * 정재훈/ 문학평론가, 2018⟪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전호석/ 시인, 2019년『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