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후예들▼
김인숙
지구엔 날씨와 같은 종류로
분류되는 존재들이 있다
개구리들은 봄으이 선두를 자처하지만
울음은 비를 전조前兆한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잡은 가축의 내장을 보고
그해 날씨를 예측하는 풍습이 있다
그건 먹이사슬로 이어진
연결고리들 때문일 것인데
갑자기 내리던 비가 뚝 그치듯
내가 다가가면 요란하게 울던 개구리울음들이
일시에 고요해진다
봄밤의 침묵,
나는 울음의 천적이 된 듯 조신操身해진다
개구리들은
비를 신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 할머니는 비의 전조를
밤새 끙끙 앓곤 했다
빨랫줄 빨래들과 뚜껑 열린 장독들과의
불화를 겪는 빗방울들은
할머니의 온 관절을 돌아다니며
동그란 파문을 깨트리곤 했다
몇 마지기의 요란한 신음呻吟들
봄밤이 관절을 앓는다
-전문(p. 60-61)
※ 제목 끝에 [▼] 표시가 된 작품은 시인들이 직접 뽑은 1~2년 내의 근작대표시입니다. 이 작품은 현대시 작품상 후보작으로 검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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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4-5월(413)호 <신작특집> 에서
* 김인숙/ 201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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