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6/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4. 7. 25. 03:01

<권두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6

 

     정숙자

 

 

  언덕 너머 한 마을이 있었는데요. 먹을 것 입을 것 함께 사랑도 넉넉한 동네였어요. 신나는 여름, 눈부신 겨울, 너나없이 마음은 천사였고요. 언덕 너머 그곳엔 비 오는 날도 어둡지 않았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문득 눈 떠보니···  되돌아ᄀᆞ는 길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꼭 좀 알려주세요. 꿈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그 동네 어, , 어귀만 알아도 좋겠습니다. (1990. 11. 20.)

 

            

 

  책에 날아와 앉은, 피리어드 10호만 한 날벌레

  몸 자체에 점성이 있는가 보다,   

  훅훅   입김을 세게 불어도 좀체 떠나지 않는다

 

  졌다,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읽기도 뚝.

  더는 볼때기 부풀려 바람을 쏘지도 않고

  기다린다, 그가 스스로 알아서 떠날 때까지···

 

  어, 어머니가 그러셨을ᄁᆞ

  어, , 어린 시절이 거기였을ᄁᆞ

  꼭 날벌레만 한 나를, 가슴에 얹힌 나를···

 

  순간, 날벌레가 날아가고 이어 페이지를 넘긴다

  다시 걸음을 옮기며 생각을 지우며 책에 속한다

      -전문(p. 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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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권두시> 에서

 *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