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한분순_ 서정의 포옹, 바람(전문)/ 바람에게 반하다 : 한분순

검지 정숙자 2024. 7. 25. 01:14

 

    바람에게 반하다

 

     한분순

 

 

  한

    

  손에 쥐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풀내, 꽃내가 섞여

  머리가 말갛다

  그 속에

  숨을 포개며

  별에 오른 꽃 나비

    -전문-

 

  서정의 포옹, 바람(전문)_ 한분순/ 시조시인

  바람은 투명한 연애편지와 같다. 시인이라면 바람에게 반한다. 바람의 형식은 자유이며 그 내용은 초월이다. 평화롭게 다정하며 쟁투만큼 서슬 있다. 무형이므로 허무처럼 여겨지되 어디에나 깃들어 충만하다. 그것은 서정의 질감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낱말은 군대가 된다. 인쇄된 검은 활자는 신의 그림자처럼 놓여 있다. 오늘날 문학에서 현대성은 시간 개념이 아닌 공간 속성을 가리킨다. 바람은 야생 풍경을 넘어서 대도시를 휘감으며 속속들이 구획을 점령하므로, 그 자체가 현대적이다. 격동이 드물어진 시절에 바람은 신비한 자극 기제답다. 촉감되어 실존하면서 또 초현실이므로 묘하게 멋스럽다. 그렇게 바람은 시학 특성을 닮으며, 조용히 아름답게 존재들 옆을 지킨다.

  은하수에 꽃을 꽂는 극적인 상상력에 곁들여 문학은 시대정신을 요청받는다. 풍류와 혁명을 넘나들면서, 바람이라는 낱말은 여러 세계관을 상징한다. 그런 다면의 저력이 작가로서 갖추려는 문체이다. 새벽녘 바람은 철학자 서재처럼 명료하다가, 밤엔 함부로 사랑에 빠진 냄새를 지닌다. 풍속에의 연민과 예술을 서커스하듯 오가면서 겹겹으로 흐드러지는 필력을 쌓으려 한다.

  아마, 절대자 휘하 크나큰 애완 나비가 바람이다. 곳곳을 다니면서 번뇌마저 관통하는 바람은 서로의 숨결들을 어여쁘게 올올이 잇는다. 꽃말을 해석하는 나비이듯 시를 쓰면, 별이 알리는 짙은 고백처럼 달무지개가 환하다. 

  휘파람은 기쁜 곳으로 초대함을 뜻한다. 먼저 등 돌리지 않은 순수한 연인이 되어, 기적을 주관하는 선한 바람 옆에서, 유창하게 애정을 선포하겠다. 나의 문장은 모두에게 서정적인 포옹을 드리려는 축복된 바람이다. (p. 시 12/ 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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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4-3월(265)호 <친필로 다가오는 詩 80>에서 

  * 한분순/ 시조시인,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