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막의 여우/ 권선옥

검지 정숙자 2024. 7. 19. 01:52

 

    사막의 여우

 

     권선옥

 

 

  바하리야사막 한복판

  뜨거운 모래밭

  군데군데 풍화하는 푸시시한 돌덩이,

  비람에 날아온 풀씨도

  싹 트지 않는 허허벌판.

  먹을 것을 찾아

  느릿느릿 돌덩이 사이를 기웃대는,

  어린 여우를 만났다.

  발바닥에 불이 나는

  저 막막한 모래벌판에는

  입술을 적실 물 한 모금조차

  없다.

  생명은 독하게 야속하고 모진 것,

  저 아이도 무사히 자라 어미가 되고

  그 어미처럼 새끼를 낳게 해 달라고

  나는 그저, 하나님, 하나님

  연거푸 하나님을 불렀다.

      -전문(p.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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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3-여름(92)호 <신작시> 에서  

* 권선옥/ 1976년 『현대시학』추천 완료, 시집『감옥의 자유』『허물을 벗다』『밥풀 하나』등, 시선집『별은 밤에 자란다』, 수필집『아름다운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