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꽃
최옥
이끼에 꽃이 피었다 이끼에도 꽃이 피다니
물기 마를 날 없는 습지에서
수도승처럼 사시사철 옷 한 벌로 사는 줄 알았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엎드린 채
물이 지나간 자리, 그늘이 머물던 때를 놓치지 않고
조용히 영토를 넓히더니 쌀알 같은 꽃을 피웠다
점점이 찍어놓은 암호 같은 꽃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핀 어린 백성 같은 꽃
어쩌면 햇빛에 대한 반란일까
쌀알 같은 이끼꽃에서 푸른 숨소리가 들린다
-전문(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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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정예 시인 신작시> 에서
* 최옥/ 1992년『시와비평』으로 등단, 시집『엄마의 잠』『눈물 속의 뼈』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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