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끼꽃/ 최옥

검지 정숙자 2024. 7. 16. 00:31

 

    이끼꽃

 

     최옥

 

 

  이끼에 꽃이 피었다 이끼에도 꽃이 피다니

  물기 마를 날 없는 습지에서

  수도승처럼 사시사철 옷 한 벌로 사는 줄 알았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엎드린 채

  물이 지나간 자리, 그늘이 머물던 때를 놓치지 않고

  조용히 영토를 넓히더니 쌀알 같은 꽃을 피웠다

 

  점점이 찍어놓은 암호 같은 꽃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핀 어린 백성 같은 꽃

  어쩌면 햇빛에 대한 반란일까

  쌀알 같은 이끼꽃에서 푸른 숨소리가 들린다

     -전문(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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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정예 시인 신작시> 에서

 * 최옥/ 1992년『시와비평』으로 등단, 시집『엄마의 잠』『눈물 속의 뼈』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