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매화
김송포
만세운동을 하던 동학혁명기념관 앞 햇살 비추는 곳에서 농민의 외침을 들어보았나 읍 장날 만세 부를 준비를 하다가 태극기를 채소 가마니로 위장하여 남문까지 운반하여 시위에 돌입하다
만세 소리 학교 다닐 때 퍼져가거나
행진하다 총격 소리에 놀라 흐트러지거나
집합하여 시위를 이어간 소리 들어보거나
5.18 역전 바닥에 누워 있거나
물러가라는 외침과 비슷하거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저항이
추위와 바람을 안고 피어난 혁명의 꽃
경기전 안에서 낙엽을 뿌리며 놀거나
농민 외침의 진격 소리 들어 보거나
대화의 첫 망울을 보고 눈앞에서 포효하자
질서에서 방해받던 사람이 화들짝 피어나
만세를 부르면 합창이 되어
얼어붙은 땅에서 올라온 매화향이 퍼져가거나
-전문-
▶거대 기계문명과 혁명 사이에서 꿈꾸다(부분)_최형심/ 시인
다시 일어났을 때, 밤의 함성과 횃불 속에 서 있었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농민들의 야윈 뺨 위로 분노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물러보려는데 익숙한 이름이 횃불을 든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바로 조병갑이었습니다. 그곳은 전라북도 '정읍(무성리)'의 고부였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정읍에 얽힌 피비린내'(「무성리」)* 나는 '사연'(「무성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탐관오리의 대명사 조병갑은 1892년 고부 군수로 부임했습니다. 조병갑은 백성을 동원해 멀쩡한 만석보 인근에 새로운 보를 쌓기 위해 백성을 강제로 동원하고 부역을 시켰습니다. 보가 완성되자 수세水稅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또, 아비의 공덕비를 세우겠다며 세금을 걷는 등 폭정을 일삼았습니다. 고부 백성들은 전봉준의 아버지 전창혁을 대표로 탄원했지만 조병갑은 전창혁에게 곤장을 때렸고 그는 장독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음력 1894년 1월 10일(양력 2월15일) 전봉준은 천여 명의 고부 군민과 함께 고부 관아로 쳐들어갔습니다. 조병갑이 달아나자 고부 관아를 점령한 농민군은 옥을 파괴하여 억울한 죄인을 석방하고 무기고를 열어 무장을 했습니다. 그들은 약탈한 수세미水稅米를 돌려주고 수탈의 원인이 된 만석보를 파괴했습니다. 한국 근현대사를 뒤흔든 동학농민혁명이 이제 막 작은 불씨가 되어 들불처럼 퍼지려고 하고 있는 바로 그 현장이었습니다.
밤의 검은 물결 속에 파도처럼 흔들리며 밀려드는 분노한 '농민의 외침' (「동학매화」)은 봄을 눈앞에 둔 겨울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그것은 굳은 땅을 밟고 선 한 덩어리의 분노였습니다. 그때 누군가 내 얼굴 앞에 횃불을 드리우며 빨라 움직이라고 채근하는 것이었습니다. 횃불을 받아든 순간, 그 뜨거움에 놀라 그만 그 횃불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p. 시 106/ 론 110)
* 본지 107 쪽 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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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이 시인을 주목한다> 에서
* 김송포/ 2013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부탁해요 곡절 씨』『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
* 최형심/ 2008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나비는, 날개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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