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악몽
이은수
빨강의 유혹은 설렌다. 상자 안의 붉은 하트가 용수철로 튀어나오듯
욕망이 터진다. 자바섬에 있는 태평양 몰에는 산타와 순록이 뜨거운 하늘을 날고
매직 트리가 반짝인다. 스키가 허깨비처럼 서 있는 집. 스티로폼 눈이 대롱거리는
쇼윈도에 가짜 크리스마스 영광이 꿈틀댄다.
달콤한 캐롤을 들으며 노상의 리어카들에는 하얀 플라스틱 위 나시고랭이 휘휘거리고 망고 주스가 늙어가는 옆에서 꼬치들이 연기를 피우며 익어가고 있다.
맨발로 도로 웅덩이 물을 철벅이며 아이들은 주머니의 동전을 세어본다.
까만 분꽃 씨 같은 눈동자가 세상을 눈치채며 말한다. 절묘하게 스키가 산 위에서
내려오는 설산에 갈 거야. 어디로 가는 거니? 땅에 평화는 서슴없이 속내를 밤새 드러내고 눈부신 허상을 쏟아낸다. 성탄이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전문(p. 157)
-----------------------
*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단> 에서
* 이은수/ 2011년『아동문예』로 동시 부문 등단, 2021년 『미네르바』로 시 부문 등단, 동시집『코끼리를 타고 바다를 달리면』, 시집『링크를 걸다』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두한_석정호의 시 세계(발췌)/ 우박 : 석정호 (0) | 2024.07.12 |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5/ 정숙자 (0) | 2024.07.10 |
골방의 진화/ 최규리 (0) | 2024.07.10 |
지금, 베를린/ 정선 (0) | 2024.07.10 |
공동저자/ 김화순 (0) | 2024.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