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이 웃는다
- 신사임당 「수박과 들쥐」
주경림
잘 익었나
들쥐 두 마리가 땅에 뒹구는 수박을
주둥이로 콕콕 찍어보더니
아래쪽으로부터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한다
껍질이 벗겨지고 빨간 속살이 드러나
단물이 뚝뚝,
냄새를 맡고 호랑나비, 부전나비가 날아온다
들쥐 두 마리는 수박에 열중해
눈길도 주지 않는다
수박 구멍이 입 벌리고 웃는 모양인데
파먹을수록 웃음소리가 커진다
들쥐의 아랫배가 불룩하도록
수박이 제 살점 다 나눠주어
껍질만 남았는데도
우하하하---
그래서일까
수박을 수복壽福으로 읽는다지
-전문(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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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 여름(94)호 <신작시 2> 에서
* 주경림/ 1992년『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풀꽃우주』『뻐꾸기창』외 2권, 시선집 『무너짐 혹은 어울림』『비비추의 사랑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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