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박이 웃는다/ 주경림

검지 정숙자 2024. 6. 23. 01:21

 

    수박이 웃는다

     - 신사임당 「수박과 들쥐」

 

     주경림

 

 

  잘 익었나

  들쥐 두 마리가 땅에 뒹구는 수박을

  주둥이로 콕콕 찍어보더니

  아래쪽으로부터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한다

 

  껍질이 벗겨지고 빨간 속살이 드러나

  단물이 뚝뚝,

  냄새를 맡고 호랑나비, 부전나비가 날아온다

  들쥐 두 마리는 수박에 열중해

  눈길도 주지 않는다

 

  수박 구멍이 입 벌리고 웃는 모양인데

  파먹을수록 웃음소리가 커진다

  들쥐의 아랫배가 불룩하도록

  수박이 제 살점 다 나눠주어

  껍질만 남았는데도

  우하하하---

 

  그래서일까

  수박을 수복壽福으로 읽는다지

     -전문(p. 53)

 

 ----------------------

* 『미네르바』 2024  여름(94)호 <신작시 2> 에서

* 주경림/ 1992자유문학』으로 등단시집『풀꽃우주』『뻐꾸기창』외 2권, 시선집 무너짐 혹은 어울림『비비추의 사랑편지』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 서철수  (0) 2024.06.23
초여름에/ 장충열  (0) 2024.06.23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3/ 정숙자  (0) 2024.06.22
그 겨울의 매미 울음/ 윤고방  (0) 2024.06.22
꿈속에서 죽었다/ 이성필  (0) 202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