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죽었다
이성필
조금씩 모자란 꿈을 꾸었다.
열 개가 필요한데 아홉 개밖에 없었다.
다섯 개가 있어야 하는데 네 개밖에 없었다.
늘 조금씩 부족했고 가진 모든 것을 주었다.
모자라게 주어서 주고나면 죽었다.
줄 때마다 조금씻 부족해서 죽었다.
죽고 다시 태어나면 울었다.
두 개가 필요한데 늘 한 개였다.
죽으면 모자라게 태어났다.
태어나면 부족해서 죽었다.
부족한 전부를 주었고 전부가 모자라서 죽었다.
꿈에서도 슬펐고 깨어나서도 꿈이 슬펐다.
-전문(p.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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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 여름(94)호 <신작시 1> 에서
*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한밤의 넌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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