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매미 울음
윤고방
둔중한 바위 문이 스르르 닫힌다
중앙수술실 문지방을 지나며 철 침대 위에서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남기고 떠났다
지난여름에도 병원 밖 매미는 극성이었다
순간은 영원의 가면을 쓴 채 지하 세계와 지상 세계 어디쯤 샘물 한 모금으로 떠 있을 텐데
창밖엔 때 이른 첫눈이 내린다
무성한 매미 울음을 차단한 차가운 방음벽 아래 메스는 피의 바다를 건너고 있을 게다
바위 문이 영영 닫히기 전에
대양 가운데 홀로 떠 하늘의 계시를 받고 있는 계절은 그녀의 마지막 미소를 건지기 위해 마지막 절벽을 오르기 위해 삐걱거리는 노를 더 힘껏 저어야 할 텐데
매미들이 한겨울 폭설 울음을 운다
-전문(p.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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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 여름(94)호 <신작시 2> 에서
* 윤고방/ 1978년 『현대문학』초회 추천, 1982년『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바람 앞에 서라』『낙타와 모래꽃』『쓰나미의 빛』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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