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투명 비닐우산/ 최진자

검지 정숙자 2024. 6. 18. 00:23

 

    투명 비닐우산

 

     최진자

 

 

  장마가 시작되려 비를 뿌렸다

  시야가 보이는 맑은 비닐우산을 폈다

  펼쳐진 우산은 민무늬가 아니라

  박제된 벚꽃 우산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봄 비보라 칠 때

  닭 털 뽑히듯 참혹하게 떨어진 꽃잎

  고운 몸 유리 같은 수의에

  몸을 누인 꽃잎이 문양이 되었다

 

  벚꽃 우산을 쓰고

  단풍나무 밑에서 올려다보았고

  백합나무 옆으로 가 비춰보았다

  다시 벚나무 밑으로 가니

  비로소 꽃과 잎이 서로 알아보는 순간

 

  벚나무 잎에 맺혔던 빗방울이

  경쾌하게 물풍금 소리를 내며

  비닐에 붙어 있던 꽃잎을 끌어안았고

  물방울이 진주알처럼 자리잡았다

     -전문(p.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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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3-겨울(94)호 <신작시> 에서

  * 최진자/ 경기 김포 출생, 2017년『미네르바』로 등단 &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입선,  시집『하얀 불꽃』『신포동에 가면』『집으로 오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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