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임종
양평용
날이 어두워집니다.
희미하던 불빛마저 꺼져 가고
초침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아버지, 잠시 후 숨쉬기 곤란해지면 얼른 숨을 멈추고
먼저 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불러야 해."
차가워진 손이 꼼지락꼼지락 내 손을 잡는다.
"아버지, 부탁이 있습니다."
"머지않은 날, 지금 아버지처럼 숨쉬기 곤란해져 숨이 멈출 때 나도 아버지를 부를 겁니다. 그때 늦지 말고 꼭 마중 나와야 해."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때야 눈가에 미소가 돌고 꽉 잡은 손을 스르르 놓는다.
'신이 어디 있느냐?' 하던 아버지도
때가 되니 영접靈接하고 영면永眠한다.
'초로인생草露人生이니 하루를 백 년처럼 살아라' 하며
한시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하였건만
어느새 90으로 시간은 멈췄고
다른 사람보다 10년은 더 젊다는 소리를 들었건만
늙지 않을 수 없었네.
일터에서 집으로 방 안으로 침대로 들것으로
세월 따라 운신運身의 폭이 작아지더니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네.
가진 것 지닌 것 다 소용 없어짐에
하나하나 다 정리하여 반납하고
사지육신 성한 곳 없어짐에
할 일도 할 말도 다 떠나갔네.
어느 날이 오면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해야 할 최후의 그 순간.
찬란했던 태양이 서산을 넘어 황혼을 몰고 옴에
아버지와 나누었던 마지막 인사가 오늘따라 그리워지네.
-전문(p. 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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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4-5월(663)호 <이달의 시> 에서
* 양평용/ 1957년 전남 순천 출생, 2010년 계간『백두산문학』으로 등단. 수필집『얼마나 사랑해야 다했다 할까』(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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