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푸코와 열애 중/ 한소운

검지 정숙자 2024. 6. 5. 01:59

 

    푸코와 열애 중

 

     한소운

 

 

  정오가 되어도 밤중같이 캄캄하다

  운무에 싸인 산이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펜티멘토 안개로 덧칠된 그림

  다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통! 통! 통!

  베란다 샷시에 부딪치는 빗소리

  마당 가의 놋 세숫대야에 떨어지던

  유년의 그 비를 닮았다

 

  대책 없이 빠져드는 비요일

  이런 날은 음악을 들어도

  산책을 해도 쓸쓸함이 따라온다

  방에 앉아 있어도 귀는 그쪽으로 쏠리고 

  귀를 잘라야 하나

 

  마음의 물꼬를 다른 곳으로 터버리자

  망설이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가는

  내 안의 나여!

  피 끓던 연애 시절 밥때를 잊고, 잠을 잊었던

  그때처럼 그에게로 빠져든다

  거실 안방 작은방 가는 곳마다

  그가 나를 보고 있다

  안경 너머의 번뜩이는 눈빛에 포로가 되어버린다

      -전문(p. 2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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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3부> 에서
  
* 한소운/ 1998년『예술세계』로 등단, 시집『그 길 위에 서면』『아직도 그대의 부재가 궁금하다』『꿈꾸는 비단길』, 예술 기행집『황홀한 명작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