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개를 죽이는 법
최형심
(사랑하지 않는 개를 본 적도 없고 울고 있는 물고기를 본 적도 없다.)
문을 열면 한밤중입니다. 하얀 소금 사원에선 가벼운 옷을 입고 떠날 수 있습니다. 공휴일의 로맨스는 뜨겁지 않았다고 사막여우의 밤을 빌립니다. 누군가 저물녘의 기원에 대해 묻는다면 수요일의 법원처럼 마음이 붐빌 것입니다.
(푸른 물 위에 침묵을 포개놓으며)
한 그루의 나무를 그려 봅니다. 은사시나무의 안부를 묻고 싶어집니다. 그를 기다리던 좁은 계단에선 물고기로 흘러갑니다. 성하盛夏의 한낮, 윤슬 위로 기관차 소리 지나가고
(마침내 고요가 된 개들이 서로를 마주보았을까.)
식물 모종에 이식한 오후 여섯 시는 언제나 거기에 있습니다. 백 년을 건너와 새로운 백 년을 기다립니다. 막차가 떠나고 위무곡慰撫曲이 흐르면 목탄으로 그린 사다리를 타고 별에 오를 차례입니다. 별, 그러니까 별別을 위해······ 부러진 발목이 보이지 않게 레인부츠를 준비하는 낯선 밤,
(개들은 뒤돌아서면 환부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p. 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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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3부> 에서
* 최형심/ 2008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나비는, 날개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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