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산책
류미야
풀리는 2월 천변은 생각으로 이어지고
풀지 못한 물음은 그림자로 길어진다
가슴속 묻은 말들이
봄꿈처럼 흐느끼는 곁,
결빙의 계절에서 살아 돌아온 왜가리
꼼짝없는 수심에 발목을 붙들린 채
마지막 남은 한 발을 총구처럼 장전했다
답 없는 도심에 존재의 닻을 내리고
왜? 라는 회의를 제 이름에 새긴,
물주름 환할 때까지 들여다보는
저 골몰
저린 물음들만이 생을 구원한다고
최후의 만찬 같은 한 끼 식사를 보며
풀리는 겨울 천변을
되짚어오는 한낮
-전문(p. 128-129)
---------------------
*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2부> 에서
* 류미야/ 2015년『유심』으로 등단, 시집『눈먼 말의 해변』『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성분/ 서안나 (0) | 2024.06.02 |
---|---|
팔레스타인 피에타/ 백우선 (1) | 2024.06.02 |
대림역/ 김윤 (0) | 2024.06.01 |
어떤 방백(傍白)/ 박재화 (1) | 2024.05.31 |
몽촌(夢村)/ 나금숙 (0) | 2024.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