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정오의 산책/ 류미야

검지 정숙자 2024. 6. 1. 15:03

 

    정오의 산책

 

     류미야

 

 

  풀리는 2월 천변은 생각으로 이어지고

  풀지 못한 물음은 그림자로 길어진다

  가슴속 묻은 말들이

  봄꿈처럼 흐느끼는 곁,

 

  결빙의 계절에서 살아 돌아온 왜가리

  꼼짝없는 수심에 발목을 붙들린 채

  마지막 남은 한 발을 총구처럼 장전했다

 

  답 없는 도심에 존재의 닻을 내리고

  왜? 라는 회의를 제 이름에 새긴,

  물주름 환할 때까지 들여다보는

  저 골몰

 

  저린 물음들만이 생을 구원한다고

  최후의 만찬 같은 한 끼 식사를 보며

  풀리는 겨울 천변을

  되짚어오는 한낮

    -전문(p. 12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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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2부> 에서

 * 류미야/ 2015년『유심』으로 등단, 시집『눈먼 말의 해변』『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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