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생명파_인간성을 옹호하고 생명의식을 고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박현솔

검지 정숙자 2024. 6. 1. 14:17

 

    생명파_인간성을 옹호하고 생명의식을 고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박현솔

 

 

  * 송덕비는 예로부터 어진 정치를 펼친 관료의 공을 기리기 위해서 세우는 비석이다. 인간의 업적을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은 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부피가 커진 송덕비에서부터 부피가 작은 송덕비까지 다양한 송덕비를 세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송덕비가 백성들이 주는 상의 의미가 큰 것인데 오늘날의 관료들은 자신의 부와 명예로 송덕비를 세워 후대에 기리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 국민들이 청원해서, 단체에서 추천해서 그 사람의 업적이 세상에 드러나기보다 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이 가득한 송덕비는 아무리 크고 높아도 참다운 의미가 없는 것이다. (p. 50)

 

  * 전통적으로 문학은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이를 큰 미덕으로 여겨왔지만 산업화를 거쳐 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사회체계가 복잡해지고 창작자의 심리도 복잡하게 구조화되면서 개인의 개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문학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였고, 시에서 시인과 독자의 거리가 확연히 멀어지게 되었다. 시로부터 삶의 위안을 얻던 독자들은 시가 어려워지면서 소통이 좀 더 용이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으로 눈길을 돌린다. 이러한 시의 위기는 산업의 구조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시인들이 개인적인 상징과 비유에 몰두하는 경향과 시적 언어의 난해성 때문이다. 소통의 문제를 외면하고 계속 독자를 소외시킬 때 시의 미래는 어둡고 존폐위기의 악성루머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p. 65)

 

  * 동양사상에서 인은 공자의 핵심사상으로 불교의 자비나 기독교의 박애와 비슷하지만 실천적인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널리 베풀어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실천의 종점으로 삼았다. 즉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서 인간 본성에 내재해 있는 인을 자각하고 이것이 개인의 욕망이나 기질에 의해 가려지는 것을 경계하였다. 그러고 보면 인은 사랑이면서 배려이고 절제를 요구하는 유교 도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사랑을 실천으로 옮기면서 순수한 자연을 즐겨 찾으며 삶의 의미를 찾는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p. 105)

 

  * 한국의 현대시에서 인간 생명의 요소들과 인식을 주요시한 유파로 생명파를 들 수가 있다. 생명파는 서정주, 유치환을 중심으로 인간성을 옹호하고 생명의식을 고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들은 유미주의와 주지주의를 내세우던 시문학파의 반생명성 기교에 반기를 들면서 생겨났다. (p. 171-172)

 

 * 생명과 생명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환경문제와 함께 여성성의 회복을 추구하는 운동이 에코페미니즘인 것이다. (p. 177)

 

 *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몽상은 유년시절을 향하는 원초적 상상력이나 기억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심층심리가 관여하는 원형적 상상력에서 기인한다. 바슐라르는 '몽상이 심층적일 때 우리 속으로 꿈을 꾸러 오는 존재는 우리의 아니마이며, 몽상의 시학은 우리를 유년시절로 이끈다'고 하였다. 유년의 몽상 속에서 상상은 기억을 계속해서 반추하고 이것은 일생 내내 지속되면서 무의식 속에 건재한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즉 시인은 어린 시절을 향한 몽상을 통해서 현재의 고독을 과거의 시간에 비추면서 교감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죽음과 몽상의 추구는 모더니즘시의 특징으로 자연과 동일성을 이루려는 서정시의 세계를 해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서정시 계열의 모더니즘시에도 이러한 죽음과 몽상의 시학은 자주 나타난다. (p. 247)

 

   ---------------------

* 박현솔 詩論集『초월적 세계인식의 전망과 이데아』 에서/ 2023. 10. 5. <문학과사람> 펴냄

박현솔(본명, 박미경)/ 1970년 제주 성산 출생, 199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 2001년 『현대시』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달의 영토』『해바라기 신화』『번개와 벼락의 춤을 보았다』, 시론집 『한국현대시의 극적 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