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그 집에 사는 사람의 향기(부분)
문학과 건축의 상호 연결 텍스트
김호운/ 소설가
건축물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 결국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난 여행이 되었다.
집을 한자로는 家(가)라고 쓴다. 집 가家다. 이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宀(집 면)과 豕(돼지 시)로 나뉜다. 상형으로 보면 집(宀)에 돼지(豕)가 산다는 뜻을 품고 있다. 집에 왜 사람이 아닌 돼지가 살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인간이 동굴에 살 때 뱀에게 물려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생겼는데 돼지와 함께 사니 그런 일이 없어졌다. 피부 지방층이 두꺼운 돼지는 뱀에게 물려도 끄떡없었으며 오히려 잡식성인 돼지가 뱀을 잡아먹었다. 사람이 보호받기 위해 집안에 돼지를 길렀다는 뜻풀이가 설득력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듣기에 좀 거북하긴 하지만 집에 사는 사람이 돼지처럼 변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돼지는 참 깨끗하고 영리한 동물이다. 사람이 가축으로 기르면서 돼지를 탐욕스럽고 지저분한 동물로 만들어버렸다. 소나 개 같은 가축과 달리 오직 살찌워서 고기로 팔기 위해 기르면서 돼지를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아무러하든 家(가)는 누가 사느냐 에 따라 사람의 집이 되기도 하고 돼지의 집이 되기도 하는 묘한 관계를 나타내는 글자다. 이렇듯 집은 인간을 위해 특화되어 왔다. (p. 17-18)
* 칼럼집 『나비를 잡는 아이의 마음』(김호운, 한국문학신문, 2024)에 수록한 「집, 그 집에 사는 사람」 내용을 일부 인용하여 재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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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기획특집/ 문학과 건축> 에서
* 김호운/ 1978년『월간문학』, 2021년『리더스에세이』 수필 등단, 장편소설『님의 침묵』『바이칼, 단군의 태양을 품다』, 소설집『사라예보의 장미』등, 에세이집『연꽃, 미소』, 칼럼집『나비를 잡는 아이의 마음』등, 작품집 30여 권 출간, 현) 한국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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