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오승근
어깨는 삶의 무게를 저울질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엄마의 어깨는 들먹이기만 해도
슬프고 눈물이 된다
돈 벌어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싸리문 박차고 나오던 날
뒤뜰에 앉아 눈물 감추며
어깨 들먹이던 친정엄마
여린 손 호호 불며
가발 공장에 입사하여
한 뜸 한 뜸
흰머리 빗질할 때면
아버지 큰소리에 흩어지던
친정엄마 머릿결 같아
보듬어 안고 쓰다듬어 봅니다
어렵게
성황당 언덕 자투리 밭
마련해 드리고
삶의 무게 풀어헤치듯
저 홀로 시집가던 날
너만 잘살면 된다며
눈물 훔치던 친정엄마
겨우 겨우,
마련해 드렸던 그 자투리 밭에
친정엄마 봉분 올리고 돌아오는 길
쓰름매미도 상주되어
그렇게 슬피 울어주었던가요
다행히도
자투리 밭 주위에 도토리나무 숲 있어
저승의 소일거리로
도토리, 상수리 묵사발 만들어
5일장 자주 다닐 수 있음에
못난 딸년 위안 삼아 봅니다
남매 키워가면서
힘들다는 핑계로 살아생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친정엄마
8남매 옷소매 누덕누덕 기워가며
아버지 큰소리 마다하고
눈물겹게 흘러간 세월은
몇 굽이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친정어머니!
다음 세상에 어머니 딸로
다시 태어나
이승의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부디!
두고 가는 세월 평안하시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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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2024-여름(74)호 <시에 시> 에서
* 오승근/ 충남 공주 출생, 2009년『유심』으로 등단, 시집『세한도』『집현전 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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