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친정엄마/ 오승근

검지 정숙자 2024. 5. 26. 15:11

 

    친정엄마

 

     오승근

 

 

  어깨는 삶의 무게를 저울질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엄마의 어깨는 들먹이기만 해도

  슬프고 눈물이 된다

 

  돈 벌어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싸리문 박차고 나오던 날

  뒤뜰에 앉아 눈물 감추며

  어깨 들먹이던 친정엄마

 

  여린 손 호호 불며

  가발 공장에 입사하여

  한 뜸 한 뜸

  흰머리 빗질할 때면

  아버지 큰소리에 흩어지던

  친정엄마 머릿결 같아

  보듬어 안고 쓰다듬어 봅니다

 

  어렵게

  성황당 언덕 자투리 밭

  마련해 드리고

  삶의 무게 풀어헤치듯

  저 홀로 시집가던 날

  너만 잘살면 된다며

  눈물 훔치던 친정엄마

 

  겨우 겨우,

  마련해 드렸던 그 자투리 밭에

  친정엄마 봉분 올리고 돌아오는 길

  쓰름매미도 상주되어

  그렇게 슬피 울어주었던가요

 

  다행히도

  자투리 밭 주위에 도토리나무 숲 있어

  저승의 소일거리로

  도토리, 상수리 묵사발 만들어

  5일장 자주 다닐 수 있음에

  못난 딸년 위안 삼아 봅니다

 

  남매 키워가면서

  힘들다는 핑계로 살아생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친정엄마

  8남매 옷소매 누덕누덕 기워가며

  아버지 큰소리 마다하고

  눈물겹게 흘러간 세월은

  몇 굽이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친정어머니!

  다음 세상에 어머니 딸로

  다시 태어나

  이승의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부디!

  두고 가는 세월 평안하시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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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4-여름(74)호 <시에 시> 에서

 * 오승근/ 충남 공주 출생, 2009년『유심』으로 등단, 시집『세한도』『집현전 세탁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