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우리 집이니까 외 1편/ 백성일

검지 정숙자 2024. 5. 13. 00:48

 

    우리 집이니까 외 1편

 

     백성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 이상해요

  여기는 전부 한국사람뿐이고

  모두들 우리말만 해요

  그런데요 그냥 좋아요

 

  초등학교 1학년 마치고

  주재원으로 온 가족이 독일 가서

  이제, 6학년이 되어

  고국으로 돌아온 손녀가 공항에서

  도착과 동시에 온 전화다

 

  지구촌 여기저기서

  전쟁을 하는 나라들 생각할 때

  우리나라는 천국이다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는 나라

  그럼 좋을 수밖에.

     -전문(p. 37)

 

 

     ----------------------

     빼앗긴 날들

 

 

  계절을 잊은 하루들

  안갯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벽 아닌 벽에 막혀 버린 길

  스쳐가는 바람이 세상을 조롱하고

  흐르는 공허한 마음과

  막연한 다짐이,

  지난 계절의 자리엔

  꽃이 피고 지고

  사랑도 피고 지고

  노을이 죽어나면

  빛나는 별들도 피고 지는데

  무심한 낮달도 구름 속에서

  그림자를 잊어버리고

  아! 실체도 없는

  코로나19에 갇혀 버린 시간들

      -전문(p. 26)

 

   -------------------------                                    

  * 시집 『해후』에서/ 2024. 4. 20. <지식나무> 펴냄 

  * 백성일/ 경북 고령 출생, 2017 『심상』으로 등단, 시집『멈추고 싶은 시간』『바람이었다』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십 대의 가로수 길 외 1편/ 한명희  (0) 2024.05.18
대유목 시대/ 한명희  (0) 2024.05.18
잔디/ 백성일  (0) 2024.05.13
자결한 꽃 외 1편/ 강미정  (0) 2024.05.12
둥근 자세/ 강미정  (0)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