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연습生存練習
서상만
사람들은 하늘에 매달리거나
물에 둥둥 뜨면 가벼워진다
그 누구의 몰골이냐
정신 놓지 말아라,
魂 줄을 놓는 순간 길 잃은
별똥별이 되거나
천근만근 무거워진 폐선으로
오래오래 갈앉아
물귀신이 되는 거다
끙끙 앓는 소리라도 내 보렴
살아있다는 건 숨 쉬는 것
숨만 쉬면 죽지는 않는다는 것
존재 증명이란 죽기보다 더 어렵다
-전문-
해설> 한 문장: 1982년 41세에 『한국문학』으로 등단한 서상만 시인은 2007년 첫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를 발간한 이후 제15시집 『생존연습』(2024)을 간행하기까지, 지극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시작詩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앞서 한 문장으로 가늠해 본 시인의 이력履歷에서도 짐작되듯이 비교적 늦은 등단과 25년 만에 첫 시집을 상재한 사실을 주목해 본다면, 이번 시집까지 15권에 달하는 시인의 시세계는 매우 경이로운 시적 행보라 할 만하다.
(···)
시 「생존연습生存練習」은 삶의 치열성이 근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무릇 삶의 치열함을 겪어보아야만 "죽기보다 더 어려"운 존재 증명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숨만 쉬면 죽지는 않는다"는 생에의 절규 혹은 간절한 생존의지는 이와는 상반된 이미지 즉 "별똥별", "폐선", "물귀신" 등 "혼줄을 놓는 순간 길 잃"는 것들처럼, 피할 수 없는 유한한 소멸의 지점인 죽음을 맞닥뜨리게 한다. 삶과 죽음을 끝끝내 자신의 '숨'(의지)으로 마주하라는 의미에서 시 「생존연습」은 삶에의 적극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삶에의 집착과 의지 안에는 유한한 삶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깊은 허무와 슬픔이 관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시 「생존연습生存練習」은 "존재 증명"을 표방하는데, 존재 증명의 대상이나 행위가 무릇, '공심'의 정서와 만나고 있다. 시인은 "길 잃은" 존재가 결코 되지 말며, "숨만 쉬"는 것으로도 생존의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생존은 죽는 일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어쩌면 이보다 한결 어려운 일로 평가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인생을 살아간다는 힘든 여정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데에서 삶의 의미가 부여된다고 말하고 있다. (p. 시 42/ 론 99 // 106 // 107-108)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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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생존연습生存練習』에서/ 2024. 3. 20. <미네르바> 펴냄
* 서상만/ 경북 포항시 호미곶 출생, 1982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그림자를 태우다』『모래알로 울다』『적소』『백동나비』『분월포芬月浦』『노을 밥상』『사춘思春』『늦귀』『빗방울의 노래』『월계동 풀』『그런 날 있었으면』『저문 하늘 열기』『포물선』등, 시선집『푸념의 詩』, 동시집『너 정말 까불래?』『꼬마 파도의 외출』『할아버지 자꾸자꾸 져줄게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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