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 1
신영조
나는 더욱 맵게 살기로 했습니다
파김치가 되어 저녁 기차로 남아도
어머니도 늘 그랬습니다
축 처진 어깨가 저녁 그늘의 선로에 매어 달리던
저녁이 반복되는 날이 길어질수록
내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파김치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파김치가 매운 사랑으로 익어서
나는 진한 김치 국물 한 수저로 가라앉을
눈물이 눈 속에 고여 있을 때는 세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눈 속을 떠나는 순간 세상이 너무나 환하게 보였습니다
파김치 속을 들여다봅니다
뽑아서 자르고 쥐었다 휘저어 놓아서
버무려진 하루치의 양념
시퍼런 눈물이 숙성한 푸른 강나루
내 몸에 들어왔다 눕는 바람에
오늘도 나는 파김치가 됩니다
오늘도 나는 시퍼런 기차가 됩니다
-전문(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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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눈물을 조각하여 허공에 걸어두다』에서/ 2021. 19 30. <서정시학> 펴냄
* 신영조/ 경북 대구 출생, 2005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가마>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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