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파김치 1/ 신영조

검지 정숙자 2024. 3. 26. 01:32

 

    파김치 1

 

     신영조

 

 

  나는 더욱 맵게 살기로 했습니다

  파김치가 되어 저녁 기차로 남아도

 

  어머니도 늘 그랬습니다

  축 처진 어깨가 저녁 그늘의 선로에 매어 달리던

 

  저녁이 반복되는 날이 길어질수록

  내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파김치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파김치가 매운 사랑으로 익어서

  나는 진한 김치 국물 한 수저로 가라앉을

 

  눈물이 눈 속에 고여 있을 때는 세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눈 속을 떠나는 순간 세상이 너무나 환하게 보였습니다

 

  파김치 속을 들여다봅니다

  뽑아서 자르고 쥐었다 휘저어 놓아서

  버무려진 하루치의 양념

 

  시퍼런 눈물이 숙성한 푸른 강나루

  내 몸에 들어왔다 눕는 바람에

  오늘도 나는 파김치가 됩니다

  오늘도 나는 시퍼런 기차가 됩니다  

     -전문(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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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눈물을 조각하여 허공에 걸어두다』에서/ 2021. 19 30. <서정시학> 펴냄 

  * 신영조/ 경북 대구 출생, 2005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가마>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