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법칙
이길원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62세)에게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겨준 『노인과 바다』는 소설 자체가 시詩다. 불필요한 형용사나 부사 없이 간결한 단문으로 이루어졌다. 시를 읽는 듯 섬세한 표현으로 시인 지망생에게는 필독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유명한 대사가 많다. 파도와 싸우며 고기잡이하는 노인의 말에는 어려운 현실과 마주한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언어들이 가득하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언정 파배하진 않아.", "지금은 없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해."라든가 "희망을 버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어. 원래 좋은 일이란 계속 지속되지 않거든." 또는 "바다는 비에 젖지 않아. 어떤 시련이 와도 시련에 젖지 않아." 등등.
1954년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독보적인 내러티브 기술과 현대 문학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친 공로로 그에게 상을 안겼다. 그는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의 소설에서도 많은 명대사를 만들었다. "남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고결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고결함은 그 전의 자신보다 뛰어나는 데 있다.", "사람에 따라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자신의 능력을 무시하고 남과 비교하면 안 된다."
행복에 관해서도 헤밍웨이는 이렇게 말했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 타인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 될 수도 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있다. 행복을 가꾸는 것은 자기 손에 닿은 곳에서 꽃밭을 만드는 것이다."
카피라이터 겸 작가인 케이트 카나리는 이를 정리해 '헤밍웨이 법칙'이라 말했다. 이 헤밍웨이의 법칙을 미국 어느 대학의 인문학 교수가 심리학 강의시간에 실험으로 보여 준 예가 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풍선을 하나씩 나누어 주며 그 속에 자기 이름을 써 넣고 바람을 불어 빵빵하게 채워 천장으로 날려 보내라고 했다, 한참이 지난 다음 교수는 5분 내에 자기의 이름이 들어 있는 풍선을 찾아보라 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풍선을 찾으려 부딪치고 밀치며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5분이 지났지만 자신의 이름이 들어 있는 풍선을 단 한 사람도 찾지 못했다. 교수는 이번에는 아무 풍선이나 잡아 거기 넣어둔 이름을 보고 그 주인을 찾아주도록 하였다. 순식간에 모두 자기 이름이 들어 있는 풍선을 하나씩 받을 수 있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지금 실험한 '자기 풍선 찾기'는 우리 삶과 똑같습니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행복을 찾아다니지만 어디 있는지 헤매고만 있습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과 함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풍선을 찾아주듯 그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헤밍웨이 법칙이다.
행복은 무지개 머무는 먼 곳에 환상처럼 있는 것이 아니다. 헤밍웨이가 말하듯 바로 내 손안의 작은 꽃밭을 가꾸는 일이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의 길이고 희망의 꽃밭이다. 함께하는 가족, 앞에 있는 자녀, 주변의 친지들. 그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진다.
헤밍웨이 법칙은 해법 어려운 수학 공식이 아니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과 함께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는 것이 곧 나의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나도 반성해 본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주변에 행복을 나누어 주고 있었나. ▩ (p. 3)
(시인 · 「문학의 집 · 서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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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집 · 서울』 2023. 7월(261)호 <친필로 다가오는 詩 76>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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