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가득한 얼굴
정숙자
갈비뼈 사이에서 귀뚜라미가 울었다. 긴 레이저 칼이 번번이 내 머리를
두 동강냈다. 그때마다 두 동강난 머리를 본래대로 맞추려 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상은 잘 복원되지 않았다.
왜 이런 형을 살아야 하나? 언제 어떻게 채워진 족쇄인가? 최면술사를
찾아가려 했다. 하지만 최면술사는 나에게는 너무 비쌌다. 응당 스스로 최
면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히 실행에 들어갔다.
-1단계,
-2단계,
-3단계,
미지의 영(靈)이 나타나 ‘당신을 안내’할 거라는 문구가 떴다. 경험도 지
식도 없는 오컬트 포털로의 (홀로의) 진입. 덜커덕 겁이 났다. 제대로 빠져
나오지 못하면? 미칠까? 꽉 주먹을 죄고 뒤돌아 뛰었다.
혼미. 천둥소리가 끓었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앞 옆 위아래서 물결치고
메아리쳤다. “난 잘 될 거야~. 난 잘 될 거야~. 난 잘 될 거야~.” 하 격한
파동에 휩싸이며 뛰고, 뛰고, 뛰어 현실에 연착했다.
이 이야기는 나의 후배 시인들에게 들려주고픈, 시인으로서의 고독과
인내와 희극의 표상이다. 나는 스타 시인이 아니라 기타 시인이다. 적으나
마 울타리도 없다. 전투력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굴절이,
그래서 이런 굴절이 풀리지 않는 것일까. 약한 동물에겐 으레 천적이 많
은 법이지만, 그래도 나는 최면의 절명의 입구에서 얻어온 잠언이 있지 않
은가. “난 잘 될 거야, 난 잘 될 거야, 난 잘 될 거야”
*『문학마당』2012-겨울호/ '우리시대 시인 신작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