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김영철/ 문학비평가
진정한 사제지간의 관계를 잘 표현해 주는 말이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푸른 물감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이다. 곧 스승이 제자를 가르쳤으나 제자가 스승을 능가함을 뜻한다. 방출어수放出於水도 그렇다. 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물보다 더 차갑고 단단하다. 두 용어는 『순자』의 '권학'에 나오는 말이다.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 빙수위지한어수氷水爲之寒於水‘가 그것이다. 제자가 스승에게 배웠지만 스승보다 더 나은 경지에 이름이 진정한 사제지간이라는 뜻이다. (p. 36-左)
사제지간은 반드시 서원이나 서당,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직접 가르침을 받지 않아도 그의 말이나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그것을 보통 사숙私淑이라 부른다. 사숙은 『맹자』 '이루하離婁下' 편에 나오는 말이다. 말의 뜻대로 존경하는 사람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으나 그 사람의 도나 학문을 본으로 삼고 배우는 것이다. 스승이 어찌 직접 가르친 선생뿐이겠는가. 사람뿐 아니라 자연이나 우주에서도 배울 수 있다. 사사師事의 대상은 그만큼 넓고 깊은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움의 길을 가야 한다. (p. 38-左)
속설에 따르면 『동의보감』을 쓴 명의名醫,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죽는 순간 자기 몸을 해부용으로 쓰라 당부했다 한다. 허준은 스승이 유산으로 남겨준 몸을 해부하여 의학 발전에 힘 쓴 것이다. 자기 몸을 제자에게 맡겨 의학 발전을 도모한 스승 유의태는 진정한 사표師表다. 자기 몸을 희생하여 제자를 사랑했던 것이다. (p. 38-右)
-----------------
*『문학바탕』 2022-7월(216)호 <김영철의 시가 있는 산책> 에서 발췌
* 김영철/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졸.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 석·박사 학위 취득, 해군사관학교, 대구대, 건국대 교수 역임, 현) 건국대 국문과 명예교수, 문학비평가
'한 줄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와 인생(부분)/ 유자효 (0) | 2022.10.03 |
---|---|
이기철 著『인간주의 비평을 위하여』(좋은 날, 1998) (0) | 2022.09.09 |
고전으로 돌아보는 문체(에서 한 줄 발췌)/ 신상조 (0) | 2022.08.05 |
감염병과 백신(부분, 셋)/ 정해득(한신대 한국사학과 교수) (0) | 2022.07.27 |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재난 속의 종교(발췌)/ 이재수 (0) | 202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