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우주는 상상력이다(부분)/ 최지하

검지 정숙자 2022. 6. 3. 14:05

 

    우주는 상상력이다(부분)

 

    최지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는 시바신의 춤을 상징하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궁극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현대과학의 최전선에 힌두의 동양철학을 상징하는 동상이라니. 시바신은 창조와 파괴, 휴식과 번영, 금욕과 애욕,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신으로, 그 춤으로 우리 우주를 만들어 낸 창주주로 불린다. 또한, 그 오묘한 양면적 성격 탓에 시바신의 춤은 '양자적 춤(Quantum dance)'이라고도 부른다.

  예술과 과학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우주를 탐구하고 표현해 왔다. 폴 고갱이 인간과 우주의 존재 의미를 작품을 통해 묻는 한편, 양자역학은 우주의 기본적인 속성을 해석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신개념을 제공한 것이다. 인도에서는 신의 창조행위를 '릴라(leela)', 즉 유희라고 부른다. 시바신의 춤사위를 계속되게 하는 것은 끝없는 상상을 통한 지적 유희이며, 그것이 만들어 내는 것이 곧 창작의 본질, 즉 무한한 가능성과 보통의 인식을 벗어나는 유쾌한 예외성이 아닐까? (p.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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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1-07월(02)호 <상상인 프롤로그>에서

  * 최지하/ 충남 서천 출생, 2014년《무등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꼭, 하고 싶은 거짓말』『오렌지 나무를 해답으로 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