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등단 이야기> 中
나의 유년과 소년(부분)
송동균/ 시인
▣ 나의 꿈은 문학인
나는 문학의 꿈을 굳히자 망설임 없이 문예학교로 이름난 동국대학 국문과에 입학했다. 이미 이름 떨치고 있는 양주동 박사와 미당 서정주 선생을 흠모하였고 이때 미당 선생은 많은 학생 원고 가운데 내 시 「푸른 기억記憶」을 뽑아들고 오셔서 한 시간이 넘는 긴 강의로 극찬하셔서 나의 사기는 세상이 내 것인 양 하늘 높이 떠올랐다.
이때부터 나는 수많은 학생과 교수의 주목을 받았으며 학교 주간신문에 으레 나의 시가 실려 나온곤 했다.
이렇듯 즐거움이 쌓이는 어느 날이었다. 미당 선생이 수많은 학생을 앞에 놓고 열강을 하시다가 갑자기 자리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고 나 역시 황당했는데 다행히 미당 선생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우린 그때 환성 올렸다. 이때 미당 선생이 잘 못 드셔서 영양실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로서는 적잖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고 이 어려운 문학의 길을 과연 내가 밟아가야 하나 며칠 동안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내가 정한 문학의 길을 선택해 가고 있었고 더욱 미당 선생을 가까이 모시며 화려한 무지개다리 수놓고 있었다.
1976년 12월 마침내 초회 추천(서정주 추천)을 받았고 만 일 년 지난 1977년 12월호에 「외심外心」 「광무」 「불쾌지수」 등으로 『현대문학』 추천완료의 영광을 얻어냈다. 이 무렵 『현대문학』 추천완료란 거의 기적 같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이때부터 나의 시 창작열은 하늘 맞닿은 듯 올라 있었고 나의 삶은 그야말로 흥분이 도가니였다. 그리고 이듬해, 연 이태 동안 문학사상 집계 우리나라 문인 최대 발표자로 선정되었으며, 마침내 내 문학열이 하늘 맞닿아 2002년 12월 27일엔 수백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고향 내장산 입구 호수공원에 『한맥문화』 주관으로 시비詩碑가 세워져 우리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나의 문학열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하늘 치켜 올랐고 1991년부터 2년 동안 거듭 한국현대시인상과 한국문학상을 수상하여 문단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무렵 한진용달이라는 운수업에 손을 대기도 했으나 역시 쉽지 않아 곧 손을 떼고 시문학 창작의 길로 더욱 매진하여 순교자의 이야기 『이 루갈다와 정 바오로』 시 전집을 내기도 하였다. (p. 24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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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2-3월(637)호 <나의 등단 이야기>에서
* 송동균/ 1932년 전북 정읍 출생, 1976년『현대문학』 시 부문 추천완료, 시집『금상동의 산자락』『정읍 까치』『저문 황토길』『금상동 연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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