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고대의 향가 현대의 향가(부분)/ 고영섭

검지 정숙자 2024. 3. 7. 01:34

<서문> 中

 

    고대의 향가 현대의 향가(부분)

 

     고영섭/ 시인 · 문학평론가 ·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前略···) 

  고려의 혁련정赫連挺은 균여均如(932-982, 50)의 「보현십원가」 11수를 『균여전』에 수록하였고, 일연은 『삼대목』 내지 당시까지 전해지던 향가를 선별한 14수를 『삼국유사』에 담아내었다. 그 결과 향가는 25수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향가연구가인 김영희는 향가 창작법 형식에 따라 「공무도하가」「황조가」「구지가」「비형랑가」「지귀가」「요석공주가」「해가」「지리가」「판니가」「완산동요」, 그리고 고려 예종이 태조 왕건이 견훤과 싸울 때 왕을 대신해 죽은 개국공신인 장수 신숭겸申崇謙과 김락金樂을 기려 지은 「도이장가悼二將歌」 1수까지 포함한 향가 11곡 발견 보고서를 통해 향가를 36수로 집계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일본의 『만엽집(4516가)』의 노래들도 향가이며, 『일본서기』와 『고사기』에 실린 운문들도 향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일본에 전해진 열도의 향가는 고대 한반도인들이 가지고 간 특수 제작법에 의해 만들어졌고, 고대 한반도어로 불리고 있었으며, 한민족의 이주민 문학으로서 한국 문학의 한 갈래였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향가는 고대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창구이며 고조선 이래 부여, 고구려, 한, 예맥, 옥저, 읍루, 말갈, 왜 등으로 구성된 동이족의 문학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향가를 100년 동안 연구해 오면서도 아직 온전히 해독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 <현대향가> 동인은 고대 향가의 정신과 형식을 계승하면서 현대 향가로 되살려 내어 우리 시의 깊이를 더하고 두께를 두텁게 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향가는 고대의 노래만이 아니라 현대의 노래로 이어지게 하고자 한다. (p. 143-147)

 

  2023년 10월 1일 고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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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6집『고대의 노래 현대의 노래』 <서문> 에서/ 2023. 12. 20. <문예바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