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계간『시로여는세상』2022-봄(81)호_재창간사(부분)/ 김용옥

검지 정숙자 2024. 3. 1. 01:57

<『시로여는세상』호 재창간사> 中

 

    차 한 방울이 기억의 거대한 건조물로(부분)

 

     김용옥/ 시인, 본지 발행인

 

 

  책상 위에 두 권의 책이 놓여 있다. 2022년 『시로여는세상』 봄호 창간호와 2021년 겨울호가 그것이다. 두 책 사이에는 긴장과 난맥이 얽혀있는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내재한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이 그동안 많은 문예지의 경우 하나의 유기체로 활발한 대사운동 끝에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면서 크게 진화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했다. 『시로여는세상』이 문학의 자장 안에서 2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한결같은 지원과 애정을 주신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이제 발간 20년을 지나 ···

 

  다시 한 번 창간사를 복기하며, 앞으로도 『시로여는세상』은 모든 생명체가 지닌 고유의 가치를 모색하고 아름다운 공존의 세상을 기획하며 문학잡지가 지녀야 할 다양성과 수준을 동시에 가늠하고 축적해 나가는 견고한 지면으로 모자람이 없도록 하려고 한다. 우리를 갑자기 열광시키지 않고, 맹렬하게 도취시키는 공격을 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스며드는 아름다움만이 천편일률적이고 지루한 이 일상의 균열과 틈을 돌파하여 어느 날 돌연히 만나게 되는 눈부신 거듭남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새로운 역동성으로 독자가 지닌 상상력을 열어 풍성한 세계와의 만남이 가능하도록 하는 망으로서 기능하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흔쾌히 편집고문을 수락해 주신 선배 시인이 곁에 계셔 든든하고, 무거운 어깨끈을 함께 지고 갈 김병호 주간을 비롯한 편집진,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해 주신 운영위원회 김상경 회장과 위원들, 『심상』과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한 선후배 시인들을 비롯해 준비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 인사를 올린다. (p. 9 ··· 11)

   2022.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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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여는세상』 2022-봄(81)호 <재창간사 > 에서

  * 김용옥/ 1982년심상』으로 등단, 시집 『미술관 점경點景일지』『풀무치 울음에 오는 비』『말들의 눈』『그리움을 채우는 기억』『사과나무 아래』『낯선 번지를 기웃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