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9. 14. 01:19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정숙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릴케의 시

  쇠라의 물빛

  쇼팽의 야상곡보다도

  신비롭고 부드러운 편지를,

 

  바깥엔 가을비 이어 내리고

  이따금 촛불이 흔들리우며

 

  끓고 있는 커피

  혼자 소유한 고요

  실내복처럼 곱고 환상적인 꿈들이

  저의 생각을 도웁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께 드리려 하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그 편지는

  오늘도 마음에만 숨으려 들고

 

  온갖 고백의 가능성인 잉크병만이

  장미꽃처럼 책상 위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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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