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거르고 잠 든다면/ 정숙자 문안 거르고 잠든다면 정숙자 문안 거르고 잠든다면 하루의 삶 헛되오리다 장마비 몰리는 마파람 속에 징검다리 디디듯 닿은 초저녁 외로움 함께 할 촛불을 켜고 북향사배 올리나이다 자고 깨어도 자고 깨어도 임은 환영(幻影)처럼 물러서오나 그리움은 환(幻)일 수 없어 서러움 안은 소..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제 눈물 혹시 엿보더라도/ 정숙자 제 눈물 혹시 엿보더라도 정숙자 제 눈물 혹시 엿보더라도 임은 모른 듯 웃어주셔요 그것은 마음 어린 탓으로 미처 못 덮은 낟알이오니 제 아픔 혹시 엿보더라도 임은 모른 척 스쳐주셔요 그것은 마음 여린 탓으로 미처 못 틔운 꽃눈이오니 발길 머무는 어느 한 군데 그림자 슬프지 않으..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어느 해 봄이든 가을날이든/ 정숙자 어느 해 봄이든 가을날이든 정숙자 어느 해 봄이든 가을날이든 임 오시면 바람처럼 떠나려오 그 고우신 손 맞잡고 산으로든 바다로든 세상과 멀리 어느 해 여름이든 겨울날이든 임 오시면 냇물처럼 떠나려오 그 고우신 말씀 들으며 섬으로든 숲으로든 세상과 멀리 온갖 슬픔 아픔 엉기는..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내 묻힌 뒤/ 정숙자 내 묻힌 뒤 정숙자 내 묻힌 뒤 달빛이 되어 임의 창가에 멎어 산다면 내 묻힌 뒤 능소화 되어 임의 담장에 휘어 핀다면 내 묻힌 뒤 함박눈 되어 임의 발자국 안고 잔다면.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뵈옵지 못한 채 숨 거두어도/ 정숙자 뵈옵지 못한 채 숨 거두어도 정숙자 뵈옵지 못한 채 숨 거두어도 행복의 미소 어리우리다 그리움에 맺힌 한평생 곱고 가냘픈 꽃대이오며 기다려 거닐던 외길 설움은 직녀도 못 짰을 희디흰 비단 봄 물소리엔 더 외롭고 가을 무서리는 맵기도 하여 부적처럼 목에 건 임의 이름자 부여안고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몸에 없는 나래 마음에 있어/ 정숙자 몸에 없는 나래 마음에 있어 정숙자 몸에 없는 나래 마음에 있어 학처럼 은하수에 날아간다오 어느 시선(詩仙) 천도화 아래 지필묵 차비하여 쓰신 글인지 천 점 만 점 빛나는 별들 금세공 은세공 노랫말 같아 임의 속삭임 곁에 들으며 함께 뜨는 꽃밤은 언제나 올까 굽이굽이 바람에 지우..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작이오며/ 정숙자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작이오며 정숙자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작이오며 기다림은 긴긴 외롬의 시작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적마다 주렴처럼 드리운 눈물 안쪽에 섭정(攝政)하는 영혼마저도 슬픔의 표시인 듯 젖으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지나고 세 해 네 해 덧없이 흘러 새벽놀 탐스레 벌던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임 없이 희도록 살을 양이면/ 정숙자 임 없이 희도록 살을 양이면 정숙자 임 없이 희도록 살 양이면 이제 곧 죽음만 못하오리다 한낱 목숨 길기도 하오 슬픔도 병환이 분명하련만 십 년 이십 년 넘어 앓아도 낫지 않고 지지도 않아 몸과 마음 한 덩이인데 어찌 이토록 서로 다르오 무심함은 임이 아니라 돌아서지 못하는 제(自..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고요가 찬란히 빛을 발할 땐/ 정숙자 고요가 찬란히 빛을 발할 땐 정숙자 고요가 찬란히 빛을 발할 땐 임이여, 어찌 감당할지요 안개비 오는 밤 젖은 난초 잎 모시바람 서늘히 더위도 식고 마음엔 천도화 만개한 듯이 뭉개구름 발 아래 떠노는 듯이 조용히 불어와 품에 안기는 바람은 임께서 보냈는지요 이리도 아름다운 밤이..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
비우고 비워도 괴는 그리움/ 정숙자 비우고 비워도 괴는 그리움 정숙자 비우고 비워도 괴는 그리움 가슴은 샘이 되어 멎으옵니다 행여 임의 모습 비추일세라 기다리는 물 속엔 구름이 자고 노상 홀로 뜬 제 얼굴만이 공허로운 제 얼굴 바라봅니다 정이월 지나면 풀잎의 봄은 지체없이 돌아와 키 크는데 운명의 봄은 어디에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