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부르며 사는 외롬을/ 정숙자 마음으로 부르며 사는 외롬을 정숙자 마음으로 부르며 사는 외로움 슬픔이라 여기지 않으오리다 하루 닫히면 새로운 하루 꽃잎처럼 벙글어 오고 한 해 닫히면 새로운 한 해 등촉(燈燭)으로 밝히어 오니 제 눈에 빛이 드는 동안은 혼자라도 함께라 여기오리다 어찌 만난 임만 임이옵고 기..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0
학처럼 늙으라고 아니오시오/ 정숙자 학처럼 늙으라고 아니 오시오 정숙자 학처럼 늙으라고 아니 오시오 바위로 굳으라고 아니 오시오 돌릴 수 없이 멀리와 버린 이 나이 어쩌라고 아니오시오 햇빛에 독 묻혀 던지시오면 오히려 합장하고 쓰러질 것을 선약(仙藥)도 사약(死藥)도 아닌 하세월 어찌 이으라고 아니오시오 삼단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0
임은 내 마음/ 정숙자 임은 내 마음 정숙자 임은 내 마음 나는 임의 맘 서로 안고 자라는 비단 동아줄 보름밤 계수나무 꽃물 들거든 높이 던져 탄탄한 그네로 맬까 천상(天上)에선 소용없는 신일랑 벗고 맨발로 함께 올라 영겁(永劫)에 들까.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0
거문고 가얏고 버들피리는/ 정숙자 거문고 가얏고 버들피리는 정숙자 거문고 가얏고 버들피리는 울며도 금노래 자아냅니다 끌 아래 점점이 살 에일 때 그 아픔 어떠했으며 휘휘 바람 가슴에 찰 때 적막은 얼마나 깊었으리까 당겨도 놓아도 신비의 애가(愛歌) 잊었다 찾아도 애틋한 연가(戀歌) 그렇듯 온몸이 곡조가 되어 생..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0
어둠은 직녀의 베틀인지요/ 정숙자 어둠은 직녀의 베틀인지요 정숙자 어둠은 직녀의 베틀인지요 은하수는 이어 짜는 명주인지요 쏟은 구슬 영롱한 별은 그리움 위에 뿌린 눈물인지요 계절도 없이 희게 펼치는 아득한 운무(雲霧)에 귀를 모으면 들려오는 직녀의 노래 임의 이름 보듬은 운명의 비탄 귀신도 탐내는 꽃다운 사..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8
하루가 다하면 밤 오듯이/ 정숙자 하루가 다하면 밤 오듯이 정숙자 하루가 다하면 밤 오듯이 이제 저의 생生은 잠에 듭니다 아침에서 노을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 보고 들으며 겪고 스치며 지내었지요 아프고 외롤 때마다 임 떠올리면 기쁨이었고 설혹 고통에 묶일지라도 기다리는 복으로 빛났더이다 유언(遺言)도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8
늪에 가라앉는 마음이래도/ 정숙자 늪에 가라앉는 마음이래도 정숙자 늪에 가라앉는 마음이래도 임 그리면 불덩이로 살아납니다 생전에 뵈올지 못 뵈올지 안개 두꺼워 기약 없지만 지극한 사모는 지극한 믿음 지극한 기다림의 표시이려니 혼잣길 얼어붙는 가슴덩이를 여의주 될 때까지 깎으렵니다 누군가 제 영혼 볼 수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8
귀뚜라민 작아도 소리쳐 울고/ 정숙자 귀뚜라민 작아도 소리쳐 울고 정숙자 귀뚜라민 작아도 소리쳐 울고 실개울은 가늘어도 달을 안으오 풀씨앗 별처럼 여무는 가을 하늘 더 높아 갈밭은 춥고 돌부리 안고 울다 떠나는 물살 기러기 울음에 꽃상여되오 앞 모르고 걷는 걸음은 멀거나 가깝거나 외로운 여수(旅愁) 임께 절하려..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7
기다리어 오실 임이면/ 정숙자 기다리어 오실 임이면 정숙자 기다리어 오실 임이면 열 번 서른 번도 오셨으리다 능소화 담박한 울타리 곁에 해어진 고무신 몇 켤레인지 이른 가을벌레 청초히 울어 이슬도 더 맑게 내리는 달밤 홀로 태우는 마음을 열면 축원의 그림자 외롭습니다 빈 들 지키는 석탑이 되어 말없이 건너..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7
임의 걸음은 폭풍이래도/ 정숙자 임의 걸음은 폭풍이래도 정숙자 임의 걸음은 폭풍이래도 밀밭 바람처럼 부드러우며 임의 모습은 달빛이래도 황금 태양보다 찬란하여요 어떤 이의 고운 맵시가 어둔 뜰 이토록 밝게 비치며 어떤 이의 머금은 미소 빈 마음 이토록 채워 줄까요 삼복 더위에 타는 별똥별 그처럼 타는 기쁨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