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몸은 한갓 그림자라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2. 21:08

 

 

    몸은 한갓 그림자라고

 

     정숙자

 

 

  몸은 한갓 그림자라고

  하오나 그에 실려 맘 왔으니

 

  몸이 추울 때

  마음 더우며

  몸 앓을 때

  마음 홀로 쉬이오리까

 

  유산된 태(胎)처럼 피듣는 일몰

  이슬 서린 별 줍다 깨면 허허공(虛虛空)

 

  유리빛 미소로 오마던 임은

  농(弄)삼아 띄우신 전교더이까

 

  이제는

  기다림도

  의지를 잃어

 

  낮밤 없는 죽음의 연습

  염포 같은 이불 아래 눌리는 가위

 

  낙엽 한 장 구르다 흙에 묻힘은

  제 숙명 남은 얘기 아니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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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