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김점용_풍경과 상처/ 山 : 김소월

검지 정숙자 2017. 1. 14. 07:32

 

 

 

문예바다』2016-겨울호 <화보/ 풍경과 상처 13>_ 김점용

 

 

   

 

    김소월(1902~1934, 32세)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嶺) 넘어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햇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산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전문-

 

   소월의 명시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입니다. 소월의 시는 한편으로는 그 도저한 비극성에 가닿기 어렵습니다. 여러 시를 놓고 맥락을 찬찬히 살펴야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겨우 보일까 말까 합니다. 여기 이 시의 '사나이'는 '시메산골' '산구갑산'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불귀, 불귀" 못 돌아간다고 오리나무 위에서 울고 있습니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말입니다. 산수갑산은 어떤 곳일까요? "십오 년 정분을" 나눈 님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곳의 님은 「금잔디」의 '심심산천'에 누운 이미 죽은 몸입니다. 님의 무덤이지요. 그래서 못 돌아갑니다. 죽어서야 갈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러면서도 그곳은 「산수갑산」에서 보듯이 날 가둔 감옥이기도 합니다.("산수갑산이 날 가두었네"). 죽은 님을 못 잊고 있으니(못 잊어) 님의 무덤에 갇힌 셈이지요. 육십 리를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오리나무 위에서 처절하게 「초혼」을 부르며 울 수밖에 없는 까닭도 그 때문이겠지요. (김점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