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252

부고_장덕천 시인,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천진불天眞佛의 시인 박제천 장덕천 시인이 영면하셨다. 1939년(대전) ~ 2023. 2. 3. 향년 84세. 완벽한 고독 장덕천 철저한 외로움에는 날 세운 생각 욕망의 집착에서 벗어나면 자연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외로워 본 사람은 고고한 자연에서 진리의 빛을 본다.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에 물들지 않는. 귀로 듣고 비움을 통해 심재가 되는. 그릇도 비워야 그릇이 된다. -전문(p. 123) * 2023년 2월 3일 별세. 이 작품이 선생이 마지막으로발표한 유작시가 됨. * 1996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사람이 시다』『브람스의 자장가』『책장과 CD룸 사이』『수통골 돌밭』『어둠은 아름답다』『풀벌레에게 밤을 주고』『나는 소리 부자다』『단풍나무 악보』외, 수필집『바람은 흔들림으로 존재한다』외,..

권두언 2023.03.23

부고_오탁번 시인,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삶과 함께 시가 무르익은 시인 박제천 오탁번 시인이 영면하셨다. 194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고인(2023. 2. 14. 향년 80세)은 고려대 영문학과와 동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1970년 당시엔 금기시된 납북시인 정지용의 시를 처음으로 연구해 주목받았다. 고인은 고려대 재학생이던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철이와 아버지」가,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순은이 빛나는 아침에」가,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처형의 땅」이 당선되며 '신춘문예 3관왕'으로 화려하게 등단했다. 그중 「순은이 빛나는 아침에」는 난해하고 상징적인 시가 많이 발표되던 시단에서 김광균의 「와사등」이후 참신한 감각을 보여준 시로 반향을 불러 일..

권두언 2023.03.23

부고_최승범 시인,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노래 섬긴 시인 박제천 * 1931년 6월 24일 ~ 2023년 1월 13일, 향년 92세 * 전북대 명예교수. 문학박사. 고하문예관 관장 *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저서 『한국수필문학연구』『거울』『시조 에쎄이』등 * 『한국을 대표하는 빛깔』『3분 읽고 2분 생각하기』등 * 시집 『난 앞에서』『천지에서』등 * 창간지『全北文學』 * 서울신문사 향토문화대상, 정운시조상, 현대시인상, 학농시가상, 가람시조문학상, 황산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등 수상. 최승범 시인이 영면하셨다.(2023년 1월 13일. 향년 92세) 시인의 작품에 대해 발표했던 글을 다시 꺼내 읽으며 추모의 정에 잠겨본다. 최승범은 난초의 시인이다. 난에 대한 그의 시와 글을 보면 난을 즐기는 경지에서 더 나아가 난이 곧 시인이고 ..

권두언 2023.03.23

발간사 : 우리 시대를 포옹 · 포용하는 시회(詩會)/ 강은교

우리 시대를 포옹 · 포용하는 詩會 강은교/ 시인 · 동아대 명예교수 2015년 여름, 몇 사람이 모여 부산 근교 어떤 시인이 관리하는 공원으로 찾아갔었습니다. 몇 번 더 그런 모임을 갖다가 누군가 '뭉치자'고 외쳤었고, 그 '외침'에 모두 동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16년 여름, 정기적으로 우리들의 산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이름도 붙였습니다. 원효대사의 설법에서 따온 '야단법석', 그러다 누군가 나비같이 가볍게 날아다니자고, 농담처럼 제안하면서 우리들의 산행모임은 '야단법석__나비산행'이라는 긴 이름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주의 몇 시인들이 참여하여 함께 '날기' 시작하였고, 그 다음부터는 포항 울산의 몇 시인들도 합류하게 되어 '나비산행'은 확장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산행만 할 ..

권두언 2023.03.10

새해 새아침 숲길을 간다/ 이건청

새해 새아침 숲길을 간다 이건청 새해 새아침, 멧새 한 마리, 푸르르 날아와 물푸레 가지로 옯겨 앉으며 알은체를 한다. 꽁지를 까닥이며 안녕, 안녕한다. 눈발 속, 명상에 잠긴 나뭇가지에서 일순, 쌓인 눈이 쏟아져 내린다. 아, 비산하는 환희여, 눈 시린 새날이여. 새해 새아침의 되새 떼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새해 새아침 눈 덮힌 숲길을 간다 -전문(p. 2) ---------------------- * 『문학의 집 · 서울』 2022. 12월(254)호, 2쪽 에서 * 이건청/ 1961년 ⟪한국일보⟫로 등단, 시집『실라캔스를 찾아서』『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외

권두언 2023.03.07

노춘기_ 시인, 하늘이 사랑하는(발췌)/ 호박꽃 초롱 서시 : 백석

호박꽃 초롱 서시 백석(1912-1996, 84세) 한울은 울파주가에 우는 병아리를 사랑한다 우물돌 아래 우는 둘우래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버드나무 밑 당나귀 소리를 임내 내는 詩人을 사랑한다 한울은 풀 그늘 밑에 삿갓 쓰고 사는 버슷을 사랑한다 모래 속에 문 잠그고 사는 조개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두틈한 초가지붕 호박꽃 초롱 혀고 사는 詩人을 사랑한다 한울은 공중에 떠도는 흰 구름을 사랑한다 골짜구니로 숨어 흐르는 개울물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아늑하고 고요한 시골 거리에서 쟁글쟁글 햇볕만 바래는 詩人을 사랑한다 한울은 이러한 시인이 우리들 속에 있는 것을 더욱 사랑하는데 이런한 시인이 누구인 것을 세상은 몰라도 좋으나 그러나 그 이름이 강소천인 것을 송아지와 꿀벌은 알을 것이다. -전문(p. 10-11..

권두언 2023.03.04

좋은 시를 읽어야 할 이유(부분)/ 장석주

좋은 시를 읽어야 할 이유(부분) 장석주/ 본지 주간 서정시가 시인의 내밀한 욕망과 감정의 마그마의 분출이라면 그 에너지는 우리 안의 동물적 원초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사람마다 감정이 촉발하는 발화점들은 다르다. 감정은 제어되지만 불안정하게 솟구치는 걸 막기는 어렵다. 그 감정이 우리 안의 어둡고 무서운 힘으로 파열하듯이 분출하며 우리를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이끈다. 때때로 시인의 주관적 감정은 비합리적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감정이란 마사 누스바움이 말하듯이 이성적 추론이 미치지 않는 "맹목적인 힘"인가? 그것은 논리에서 어긋난 비사유의 영역에서 작동하는가? 슬픔, 두려움, 불안, 절망, 분노, 연민, 우울 따위 주체의 여러 감정이 공적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권두언 2023.03.04

나는 왜 '좋은 곳'을 믿을 수 없나?(발췌)/ 김언

나는 왜 '좋은 곳'을 믿을 수 없나?(발췌) 김언/ 시인 어느 철학자의 말마따나 문학/ 미학/ 예술이 정치와 별개일 수 없고 시와 윤리 의식이 별개의 관계에 놓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시를 대하는 태도에서 윤리적인 판단이 과도해지는 사태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2010년대에 등장한 시인들이 미학적인 과업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책무까지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에 공감하면서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자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시 안팎에 걸쳐, 아니 시단 안팎에 걸쳐 옳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러저러한 사안에 대해 애써 방기하거나 회피해 왔던 것이 지난 시절이었다면,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민감하게 분별하며 옳은 것의 추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시기에 ..

권두언 2023.02.16

창간사 : 토포스(Topos)에서 아토포스로(부분)/ 박남희

토포스(Topos)에서 아토포스(Atopos)로(부분) 박남희/ 시인· 본지 주간 '아토포스'라는 이름을 달고 이 세상에 나온 잡지가 여러 면에서 비문학적인 문학 판을 어떻게 문학적인 문학 판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이 문제는 해묵은 난제라는 문학적 클리셰의 테두리를 과감하게 허물어서 새로운 문학 판을 조성해 나가려는 시전문지 『아토포스』의 첫 번째 비전이기도 하다. 기존의 우리 문학 판은 지나치게 '토포스'에 얽매여서 '아토포스'적 문학의 본질을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아토포스』는 앞으로 순수한 문학성을 넘어서는 지나친 파벌주의나 물신주의를 배격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그동안 왜곡되었던 문학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시전문지 『..

권두언 2023.02.12

채근담(採根譚)에서 시의 길을 묻다/ 문효치

채근담採根譚에서 시의 길을 묻다 문효치/ 시인 ·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문학인들이 독서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창작 활동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공자께서는 "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基善者而從之"라고 했다. 세 사람만 같이 가도 선생이 있듯이 문학도는 꼭 문학 서적만 읽어서는 안 된다. 역사, 철학, 지리, 사상, 과학 등 다양한 영역의 책들 속에 '아사我師'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문학서가 아닌 채근담에서 시의 길을 찾아본다. 채근담의 저자 홍자성은 혼란스러웠던 명나라 말기 사람으로 입신양명의 길을 가지 않은 은자로서 가난하였지만 청렴한 삶을 살았다. 문학도도 시론가도 아닌 어찌 보면 철학도라 할 수 있는 그의 인품에서 우러나온 채근담에는 난세에 물욕을 극복하고 평상심을 찾..

권두언 202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