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발간사 : 우리 시대를 포옹 · 포용하는 시회(詩會)/ 강은교

검지 정숙자 2023. 3. 10. 16:44

<발간사>

 

    우리 시대를 포옹 · 포용하는 詩會

 

    강은교/ 시인 · 동아대 명예교수

 

 

  2015년 여름, 몇 사람이 모여 부산 근교 어떤 시인이 관리하는 공원으로 찾아갔었습니다. 몇 번 더 그런 모임을 갖다가 누군가 '뭉치자'고 외쳤었고, 그 '외침'에 모두 동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16년 여름, 정기적으로  우리들의 산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이름도 붙였습니다. 원효대사의 설법에서 따온 '야단법석', 그러다 누군가 나비같이 가볍게 날아다니자고, 농담처럼 제안하면서 우리들의 산행모임은 '야단법석__나비산행'이라는 긴 이름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주의 몇 시인들이 참여하여 함께 '날기' 시작하였고, 그 다음부터는 포항 울산의 몇 시인들도 합류하게 되어 '나비산행'은 확장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산행만 할 것이 아니라, 걷다가 이르는 나무 아래서, 초창기부터 꿈꿔온 시회詩會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뒤부터 우리의 산행은 그냥 산행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나뭇잎들, 나무뿌리들, 바람들, 햇빛들이 우리와 시의 살갗 속으로 들어오는 특별한 산행이 되었습니다. 시와의 연애가 시작되었다고나 할까요? 1930년대 빼어난 시인 이육사, 모더니스트 김기림도 함께 했던 시회를 이어서,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매월 첫 번째 토요일), 산바람과 함께 시와 만나곤 하였습니다. 시집을 출간한 이에게는 그동안의 수고에 상패도 증정하고 자유로운 토론, 시낭송도 하면서 나비 시회는 이어졌습니다. 회원들도 포항, 울산, 경주, 김해, 남지의 시인들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은 낙동강변 '가시연꽃과 늪이 있는 남지'에서 주제가 있는 시 토론과 시 낭송은 물론 시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 등을 중심으로 한, 보다 격식 있는 시회를 열었습니다. 1회 때에는 고래 동인들  정희성 윤후명(70년대의 청년동인이던 '70년대' 동인이 모두 노인 시인이 된 2014년에 다시 모여 동인지를 내는 등 활동을 시작하였음, 『고래』 5집까지 출간)이 서울에서 내려와 필자와 합류, 우포늪에서 서로를 격려하기도 하였습니다. 제2회는 2019년 남지에서, 제3회는 코로나 때문에 휴지기에 들었다가 2022년 6월, 남지에서 다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누구의 발의라고도 할 것 없이, 우리 나비산행의 발자국들을 무크지로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산행 끝, 찻집에 앉을 때마다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오늘에 이르러 '나비시회'는 무크지『나비시회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나비시회'는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 우연의 걸음들이 서서히 모여 보다 큰 걸음들의 강을 이룰 것입니다. 무크지 『나비시회 1』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나비시회'는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 우연의 걸음들이 서서히 모여 큰 걸음들의 강을 이룰 것입니다. 무크지 『나비시회 』, 『나비시회 ······ 우리의 시와의 연애는 시와의 결혼으로 시의 꽃밭에 '거대한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그래서 더 먼 곳의 시인들도 달려와 우리 시대를 포옹 · 포용하는 시회가 될 것입니다. ▩ 

   -전문(p.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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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크 『나비詩會』 2022 - 창간호 <발간사> 에서

  * 강은교/ 1963년 『사상계』로 등단, 시집 『허무집』 『벽 속의 편지』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등, 시산문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