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외 1편 송은숙 공원의 소로를 따라 심어진 호랑가시나무 빽빽한 울타리 사이에는 군데군데 틈이 있다 꼭 나무 한 그루 빠진 자리다 벌어진 잇새처럼, 잇새로는 스,스,스,스 발음이 새 나가고 나무 틈으로는 마주 오던 사람이 주춤거리더니 몸을 비켜 빠져나간다 어깨를 부딪힐 일 없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니 나는 틈으로 사라지는 새를 본 적이 있다 깃털 하나와 명랑한 울음 혹은 노래만 남았다 이 겨울에 저리 밝게 울 수 있다니 회개한 거인의 정원처럼 울타리 저쪽은 이미 봄일 수도 나비 날개에 노란 물이 묻어날 수도 틈을 빠져나가는 개를 본 적도 있다 하얀 개의 뒷다리와 엉덩이와 꼬리가 이승의 나뭇가지에 걸린 연처럼 호랑가시나무 진초록 잎에 걸려 있었다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