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이 명
나는 언제나 축 처져있다. 실패가 인생의 이유라면 나는 아주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 담배같이 살고 있다. 내 머리는 벌겋게 타고 있다. 누군가 내 다리를 씹고 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타고 있는 머리를 만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려 하지만 누군가 물고 있어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 인생의 실패가 이유라면 나는 분명 훌륭한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당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내 머리를 구둣발로 비벼 끈다. 다만, 아무데나 버리지 않았으면 싶다.
* 시집 『루’s』에서/ 2010. 9.10 도서출판 시와세계(T. 02-745-7276) 펴냄
-------------------------------------------------------------
* 이명/ 1985년 인천 출생, 2008년『시와세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