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미래의 유적지를 보다/ 김추인

검지 정숙자 2010. 10. 5. 01:21

 

    미래의 유적지를 보다


      김추인

 


   관절이 아프다

   누가 내 뼈마디에 쿵쿵

   곡괭이질을 해 대는지 구멍들 파 대는지

   몸이 욱신욱신 말을 걸어오고 있다


   저 사진을 보시죠-

   열 손가락뼈 관절 마디마디가 잘 조형된 설치물처럼 단아하다

   오른손 장지 두 번째 관절을 지적하며

   담당의는 새삼스런 일은 아니란 듯 무심히

   연골 손상이 문제의 발단이네요 너무 무거운 걸

   들지 마세요 무리가 가니까-


   손이 움켜쥐고 온 생애

   자식의 허드레 책보따리 말고도

   재래 시장통 감자 소쿠리며 통무 양배추 한 통이라도 더 무거운 걸 택했음이다

   쥐어보고 달아보고 들어보고 씹어보기까지

   한계가 유실된 소유에의 집착 때문이겠다

   뼈를 혹사시켰음이다


   뼈의 유적지가 보인다

   먼 후일 구멍마다 온갖 버러지들 세균들의

   아늑한 집이 될 내 뼈의 미래


   사막 속 페트라 같은

   거대 유적의 도시

   그들, 벌레며 미세균들이 풍풍 뚫어놓고 살 혈거지가 보인다

 


    *시집『프렌치키스의 암호』에서/ 2010.9.20 도서출판 시와시학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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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추인/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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