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바람의 무도/ 고석종 숲, 바람의 무도 고석종 누구든 어둠을 건너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 저 숲속, 웅크린 적멸도 그렇게 유희의 징검다리를 건너갔을 게다 면식범일까 덫에 걸린 털목도리를 걷어내자 어금니를 앙다문 적멸의 유희가 벌긋거렸다 떴다방인가 저주파가 환시처럼 떠다니던 날, 누군가 할켜대던 허공 벽 패인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18
냄비 속의 달/ 고석종 냄비 속의 달 고석종 세상은, 찌그러진, 냄비라네 잃어버린 고대도시 이끼 낀 벽을 뚫고 나온 미끈한 여자가 지중해의 물침대에 누워 있네 하늘엔 끓는 물 달그림자 속에서 숨 막아 오는 열기를 차단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흠뻑 젖었네 물속의 불기둥이 출렁거릴 때마다 그녀가 연기처럼 타오르며 노래..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18
참깨밭을 지나며/ 배교윤 참깨밭을 지나며 배교윤 애물스런 자식의 영혼 한 자락씩을 염주에 꿰고 산이 산을 잡고 선 장산(長山) 보리암으로 한산모시 치마 저고리 은비녀로 쪽진 머리 하얀 버선, 옥빛 고무신 신고 구슬가방에는 손수건 한 장 칠월 백중날이면 하얀 참깨꽃을 보며 긴 신작로를 따라 절에 가시던 어머니 곱던 시..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0.17